매거진 수상록

왜 저래?

안 좋은 점이 보일 때

by 유병천


음식물이 배 속에서 섞이는 것은 받아들이면서 눈 앞에서 섞이는 것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생선을 먹고 물을 마시는 건 가능한데, 생선을 먹던 그릇에 물을 마시는 건 어려워한다. 어떤 이는 자신이 사용하던 수저를 입으로 쏙쏙 빤 후 여럿이 함께 먹는 찌개를 휘휘 저어 놓기도 한다. 전자가 자신의 일이라면 후자는 타인과 관련한다.


어떤 이는 같은 일을 진행할 때라도 개성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을 불편하게 하고, 다른 이는 보편성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을 불편하게 한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타인이 생선을 먹고 물을 마시든, 생선 먹던 그릇에 물을 마시든 상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저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넘어가면 그뿐이다. 하지만 타인이 관계된 경우, 함께 먹는 찌개를 자신이 사용하던 숟가락으로 휘휘 젓는 것은 헬리코박터 유무를 떠나서라도 불편함을 초래한다. 물론 휘휘 저어 놓은 찌개를 더는 먹지 않는 방법도 있다.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는 행동이 자신에게도 이로울 것이 무엇이 있을까?


인간관계에서 분위기가 좋을 때엔 장점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분위기가 나쁘거나 트러블이 발생하면 단점이 많이 보인다. 자주 듣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좋게 보면 한 없이 좋게 보이고, 나쁘게 보면 한 없이 나쁘게 보인다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눈에는 서로의 장점이 많이 보일 것이다. 시간이 흘러 상대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면 자신을 질책하기도 한다. 왜 저런 사실을 몰랐을까.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을까. 저런 모습을 일부러 숨긴 건 아닐까. 상상의 나래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상태까지 몰고 가기도 한다.


연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상대를 대하려고 해도 단점이 보일 때엔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 대부분의 관계는 멀리 떨어져서 볼 때가 좋아 보인다. 가끔 만나는 사람은 상대의 일부만 볼 수 있기 때문에 만났을 때만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하지만, 자주 만나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몽테뉴의 수상록에는 아래와 같은 말이 나온다.


한 사람을 바르게 판단하려면, 주로 그의 일상적인 행위를 검사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살펴봐야만 하는 것이다
-수상록(몽테뉴)

주변 사람의 평판이 중요한 이유기도 하다. 주변 사람의 평판이 나빠질 때가 자신을 돌아볼 시점일지도 모른다. 상대는 자신의 단점으로 인하여 분위기가 나빠진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단점에 대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받아들이는 것은 온전히 듣는 사람의 몫이긴 하지만......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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