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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병천 Oct 29. 2018

마케팅 도구보다 진심

- 고객의 생각 속에 존재하는 시장

 혼자 외근을 다녀오거나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날이면 시장 골목에 위치한 작은 칼국수 집을 찾곤 한다. 특히 비가 내리려고 하거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뜨끈한 국물이 더욱 생각난다. 처음엔 양에 놀라고 먹다 보면 맛에 놀란다.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는 단연코 마케팅이었다. 숫자 계산에 흥미가 없어서 그런지 회계 과목은 정말 재미없었다. 기업은 매출이 없으면 문을 닫는다. 매출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마케팅이야말로 기업의 꽃이라 생각했다. 4P 전략. 왠지 이름만 들어도 근사해 보였다.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판촉(Promotion) 같은 단어를 외우고 관련 지식을 쌓았다.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매출을 올리지 못할 거라 상상했다.


 전략, 전술 등 전쟁에서 사용할만한 용어들을 자연스럽게 기업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매출을 올리는 전략,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술 등에 관한 자료도 정말 많다. 안타깝게도 이미 지나간 일을 분석하는 수준의 자료가 대부분이다. 어떤 회사는 이렇게 해서 잘 되었다. 어떤 회사는 저렇게 해서 위기가 찾아왔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 기업을 어떤 자료에서는 잘 된 사례로 소개하고, 어떤 자료에서는 안 좋은 사례로도 소개한다. 잘 될 때는 좋은 소개, 잘 안 되면 나쁜 소개가 뒤따른다.


 많은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대부분 유명한 회사이거나 규모가 큰 회사이다. 작은 회사를 다루는 글은 드물게 소개가 되곤 했다. 작은 기업을 운영하다 보니 배웠던 내용을 적용하는 것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때와 비슷한 시기였다. 본능이 이야기했는지 몰라도 난 사람에게 집중했다.


 우리 회사엔 영업팀이 없다. 소개만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소개받은 곳은 소개해준 사람까지 생각해서 더욱 신경을 많이 쓴다. 건축이든 컴퓨터 프로그램이든 업종마다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르지만, 일을 맡긴 사람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만족스러운 건축물, 혹은 만족스러운 컴퓨터 프로그램이 완성된다.


 "어떤 마케팅 도구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이다."


 사람의 생각 속에 자리 잡은 이미지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소통의 시간이 부족한 현대사회에서, 한 번 만들어진 이미지를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마케팅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탄생부터 종료 시점까지의 전 과정을 말한다. 서비스 업계에서는 고객은 제품보다 사람을 더욱 많이 기억한다. 시장은 고객의 생각 속에 있다. 10년 넘게 다니는 단골 칼국수 집에서 주인아주머니가 제공하는 음식은 칼국수에 김치가 전부이지만, 변함없는 맛을 선사해준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오롯이 느껴진다. 만 13년동안 찾게 만드는 조그마한 칼국수 집. 포장의 기술이 부족하고, 광고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진심이다.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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