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수상록

불안 (Anxiety)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상상

by 유병천

철학을 잘 모르지만, 인간은 근원 두려움인 죽음에 관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 어떤 강의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실존주의 철학자의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인간의 본질은 불안이다.

생존과 안전에 관한 불안이 해결된 다음에는 어떤 문제로 불안할까. 인정받지 못하는 불안, 존경받지 못하는 불안. 헤겔이 이야기하지 않았더라도 '인정 욕구'가 인간을 불안하게 만든다. 나이가 많든 적든, 지위가 높든 낮든, 아는 게 많든 적든 모든 것이 불안한 상태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인정받는 척, 존경받는 척한다.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은 그래서 '자기 과시'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난 잘났다! 난 멍청하지 않다! 난 이런 걸 할 줄 안다!"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윗사람에겐 그게 안되니까 아랫사람에게 윽박지르거나 존재감을 표현하면서 눈치만 보는 게 아닐까. 신기하게도 이런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목표가 뚜렷하면 남을 비방하거나 존재감을 드러내려거나 인정받고 싶어서 안달 나지도 않는다. 몰입하느라 타인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불안한 이유는 인정 욕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안 좋은 상상도 불안을 가중시킨다. 인생 중 '이미 일어난 일을 해결하는 시간'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하거나 대비하는 일에 사용하는 시간'을 비교해보면 어느 쪽이 더 많을까. 머피의 법칙처럼 안 좋은 일은 꼭 일어나는 것일까.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을 준비해서 피할 수 있다면 상당히 의미 있다. 하지만, 그 준비에 타인의 의지가 필요하다면 스스로 할 일이 거의 없다. 애태우며 다가올 어두운 미래를 불안에 떨며 기다리는 수밖에......


일어나지 않은 일 중, 상대에게 인정받지 못할 것에 관한 불안도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이 집단에서 소외당하면 어떡하지?', '내가 한 일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우린 어릴 적부터 가까운 부모에게서부터 인정받길 원한다.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고 늙어서 더는 인정받고 싶은 사람이 아니게 될 때쯤이면 불안이 사라질까......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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