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환경을 만드는 호모 사피엔스
지인들이 가끔 올리는 해외의 하늘을 보면 요즘 가끔 보는 맑은 하늘과 비슷하다. 그곳도 가끔 맑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미세먼지가 가득한 대기를 만든 것 역시 호모 사피엔스가 아닐는지. 구글 맵이나 다음 지도의 위성사진으로 서울을 보면 초록색 산들이 주변에 있고 회색 구멍이 뚫려있는 느낌이 난다. 건조 환경(built environment)이라고도 하는 도시는 자연환경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회색의 건조 환경이 주는 인상이 편리함과 빠름이라면 초록의 자연환경이 주는 인상은 편안함과 느림이다. 숨 막히는 일상을 지내다 보면 자연의 고요함이 무척 그리워진다.
서울의 고층빌딩이나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건물의 모습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사각형 구조물에 페인트를 칠해 놓은 옥상의 모습은 마치 대머리에 검은색 매직을 칠해놓은 느낌이다. 아름다운 비너스 상이라도 아래에서 보면 네모난 돌 덩어리에 불과하지 않지만, 윗부분은 아름답게 조각할 수 있지 않을까? 건물도 바닥을 어떻게 할 수는 없을 테지만, 옥상에는 나무를 심어서 아름답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법적인 문제와 비용 발생, 건물에 주는 영향 등 따져야 할 것 무척 많겠지만) 산으로 둘러 쌓인 도시의 항공 뷰가 대머리 독수리가 아닌 좀 더 멋진 모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과학적인 실험으로도 실제 버스 지붕이나 건물 옥상에 나무나 식물을 심으면 온도가 내려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 그리고 알레르기의 증가까지도 옥상에 머리카락(나무)을 심으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창틀에 쌓인 시커먼 미세먼지와 알레르기로 인한 재채기로 귀까지 멍해지는 날이면 자연환경이 몹시도 생각난다.
유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