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걷다 보면 휑한 모습을 자주 본다.
큰 관심사가 아니니 오래 시선을 둘 게 아니지만
못난 과정도 재미일 수 있다는 생각에, 파고드는 습성이 발현한다.
검단 구역은 신축 현장이 많을 뿐 아니라 규모도 장대하다.
거대하고 복잡한 현장의 움직임만큼 바빠야 할 부분이 분양이다.
이 일을 도맡아 하는 곳이 거리부동산.
탁자와 파라솔, 지도 하나면 기본 세트.
의자와 텐트가 더해지면 시그니처 세트.
이동 컨테이너는 로열 스페셜 세트인 셈이다.
굳이 세련되게 할 필요는 없지만, 처음 관심은 끌어야 하기에
각종 아이디어를 동원한다.
분양엔 관심 없고 모양에만 흘깃하는 내게
접어 둔 파라솔은 한껏 부끄럼에 구워지는 오징어 같고
돌 무게에 부들부들 떠는 탁자 네 발이
몸집만 커져서 걸음이 버거운 돼지의 짧은 발로 겹친다.
자물쇠 목걸이는 패션의 완성!
꽁초의 개수로 보는 체류 시간.
탁자엔 소유를 분명히 해둘 요량인지 업자 명을 새겼다.
주변의 물건을 모아 쌓은 취득 자산에 빨간색 락카를 칠해 둔 것으로,
티끌 모아 부동산이다. 빠르게 검단의 이미지 저금통에 넣는다.
청테이프는 접착을 위한 최고의 대명사이겠는데,
초원 안에 내 집과 내 가게를 부추긴다.
자리가 좋아야 미래가 보인다.
껌껌한 밤중에도 잘 보이게끔 LED 가로등 아래에 자리를 잘도 잡았건만
한참을 서성여도 내 집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