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마철 습도가 높다. 조금만 있어도 불쾌함에 젖고
움직이면서는 적지 않은 원망을 가지런히 늘어놓게 된다.
습한 것이야 멀리하고 싶지만, 이것이야말로 여름의 경험이 아닐까?
채소의 색깔을 통해 자연을 익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참깨와 수박의 녹색, 살구와 참외의 노랑, 오디와 가지의 보라 등 말이다.
물 타지 않은 몽글한 색은 여름의 빛에 반사되어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
무침을 하려고 가지 몇 개를 샀다.
어렸을 적 엄마의 가지무침은 뽀드득 씹는 맛이 나쁘지 않았고
맛도 기가 막혔다.
색이 짙고 작은 줄기에 대롱대롱 매달린 둥그런 모양새도 좋았다.
서툰 무침의 세계로 돌진해 기어이 목덜미 잡고 밥상을 차리던 날,
함께 먹어야 할 펭귄의 모습이 불러도 보이지 않는다.
여름 환영에 녹았는지, 내 몸에 녹았는지
자꾸만 맴돌던 가지펭귄 세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