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면 매미가 바통을 이어받을 차례다.
올해도 무더위 걱정에 여름의 정점은 과연 어디까지일지
지레 겁부터 나는데
그러던 중 푸른 잎사귀에 쑥쑥 추켜올려진, 취침 중인 옥수수를 본다.
잠시 어두운 이불을 걷고.
야트막한 산 아래의 밭에는 선착순 성장을 겨루듯 옥수수가 무성하다.
웜톤의 알이 찬 옥수수. 여름의 맛으로 손색이 없다.
키가 커서인지 멀리서도 제철을 알려주는 푸른 등대로도 보인다.
알이 다 차기도 전, 멧돼지에게 이빨을 탈탈 털리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시장에 나온 옥수수 옆에는 연녹색 잎사귀가 나뒹굴기도 하고
수염은 누구에게 잡혀갔는지 몇 가닥의 자취를 남겼다.
어렸을 적엔 수수깡 안경 만들기 숙제로 옥수숫대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때 도시 아이들은 새우깡을 먹으며 놀았으려나?
세계적인 식량 중 하나로 추앙받는 옥수수는
GMO 논란도 크고 전쟁 여파로 가격도 높아졌다.
몸값이 올라간 만큼 올해는 좀 더 관심을 받고 자랄 것이다.
기다란 줄기처럼 기다란 기억의 높이, 여름을 일으켜 세우는
옥수수!
퍼뜩 여름을 다 셀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