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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Aug 04. 2022

한 번 보고 두 번 돌고

여름이야~ 하는

문득 지나갈까 아쉬운 8월이다. 

거리를 걷고 하늘을 바라보며 사람을 관찰하면서 

모두들 알듯 모르게 인생을 배우는 것 같다. 


여름비가 시원하게 내렸건만 거리는 깨끗하지 않고 

우중충한 모습이다. 잿빛 콘크리트 탓이겠지. 

어느 액세서리 상점을 지나면서 투명한 비닐 천막 너머로 

생기발랄한 상품들을 만났다. 

시대정신 가득한 귀여운 면모로 추려진 녀석들이 회전 거치대에 매달려 행인을 홀리려 한다. 


옛날 관광 엽서 거치대가 생각난다. 

예전엔 거치대를 돌리면서, 상품을 본다기보다 회전시키는 게 재미있어서 좀 더 세게 그리고 계속 돌렸었다.

대충 보면 되는데 ‘남들이 지나쳤을 만한 상품을 나는 득템할 거야!’ 라는 

야무진 포부라도 생겼던 건지

다른 사람이 눈치를 건네도 돌려대곤 했다.


너무 돌렸더니 인형의 눈동자가 빙글빙글. 

빗물 탓이지만 비닐 천막은 감옥처럼 느껴진다. 

애절하게 구조 요청하는 것도 같으니까.

다음날 화창한 날씨가 그려지면

회전 거치대는 대형 선풍기 부럽지 않은 송풍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사장님의 재촉은 점차 기절초풍일 터이고. 


돌고 돌아도 그대로 인생인데

누가 말릴세라 매 돌아버리고 싶다. 

바보가 되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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