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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Sep 09. 2022

태양표 마법사

여름비는 농작물을 적시고, 

작물의 성장을 기대하던 농부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경사진 빗길에 마법사 한 분이 호기롭게 서 있다.

식용유를 한껏 소화한 마법사는 빨간 모자를 우산 삼아 

멋지게 서 계셨다.


비정한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세계 곡물 수출량이 그렇게나 많을 줄은 전쟁이 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옥수수도 그중의 하나로, 러시아에 의해 선박을 이용한 수출이 막히면서

곡물 가격이 한때 상승했다. (지금도 영향권이다.)

그 여파로 마트에서 하루 1인당 식용유 판매량을 두 병으로 제한하는 

깜짝 조치에 움찔했다.


‘식용유 없이 지내야 하나?’


이번 추석은 3년 만의 거리두기 없는 명절이다.

매번 그랬지만 명절이 뜨면 차례상 논란이 매운 화젯거리다.

이번엔 각도가 조금 틀어진 이슈가 터졌다. 

기름 음식은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굳이 올려야 한다는 건 억지일뿐더러 법도에도 맞지 않는 

꿰맞춘 고생이라는 것이다.

잘못 차용된 일상, 즉 상식의 정화가 필요하다는 쪽에 

현세대의 지지가 높다.

우리나라 명절, 전 부치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도.


명절 차례상에 맨 먼저 올려 보낼 건 아니지만

좀 더 바삭하고 촉촉한 돈가스를 튀기기 위해서는 양질의 기름, 

마법이 필요하다.   

더구나 식용유가 우리의 입맛을 돋우고 

명절 입가에도 오르내리는 걸 보면

최상의 마법임에 틀림이 없다.  


태양표 마법사가 비가 오는 와중에도 늠름한 이유는  

오므라이스, 돈가스, 통닭을 다루는 마법을 지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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