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어서 타세요!

by 유광식

주변에는 신기한 것이 많다.

장소 따라 계절 따라 그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아직 착공이 미뤄지고 있는 부지 담벼락에 칡이 물 만난 듯 풍성하다.

사실 칡의 번식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척박한 환경에도 ‘나 그런 거 모르오. 문제없소!’라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딱딱한 안전 펜스를 넘어온 그들은 그것도 모자라

철 기둥을 밟고 올라섰다.

넘쳐흐를 듯 넘어질 기세로 행인의 안전을 조금씩 파먹는

자칫 호박잎처럼, 들깻잎처럼 보이기도 하는 변검의 달인이다.

그만 잠자고 놀아대려 하며

흥- 흥- 어깨에 발 올리는 강아지도 튀어나오는데

어두운 밤길엔 고의는 아니겠지만 자객이라도 숨어 있을 것 같다.

쌍봉낙타도 생각나고 저 멀리 진안 마이산도 소환된다.


(이게 다 뭐야?)


어떤 장면을 볼 적에는 다른 무언가를 데려와 입히기 마련이다.

특히 우리에게는 동물 형상으로 사고하는 과정이 많다.

혹은 주변 인물이나 가장 최근 보았던 것에 접목하는 습성이 있다.


축제가 봇물 터지듯 터지는 이 시대, 가을에

이왕 정류장 앞에 칡넝쿨이 있어야 한다면

이상 기후 탓하지 말고 그냥 울긋불긋 단풍잎처럼 깜짝 물들면 어떨까. (내 생각은 늘 빗나가지만)

아니면 링에 올라 칙- 칙- 기운을 모아 싸웠던

어느 파이터라도 만나면 좋겠다.


(내 가을이 너무 빨리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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