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는 신기한 것이 많다.
장소 따라 계절 따라 그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아직 착공이 미뤄지고 있는 부지 담벼락에 칡이 물 만난 듯 풍성하다.
사실 칡의 번식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척박한 환경에도 ‘나 그런 거 모르오. 문제없소!’라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딱딱한 안전 펜스를 넘어온 그들은 그것도 모자라
철 기둥을 밟고 올라섰다.
넘쳐흐를 듯 넘어질 기세로 행인의 안전을 조금씩 파먹는
자칫 호박잎처럼, 들깻잎처럼 보이기도 하는 변검의 달인이다.
그만 잠자고 놀아대려 하며
흥- 흥- 어깨에 발 올리는 강아지도 튀어나오는데
어두운 밤길엔 고의는 아니겠지만 자객이라도 숨어 있을 것 같다.
쌍봉낙타도 생각나고 저 멀리 진안 마이산도 소환된다.
(이게 다 뭐야?)
어떤 장면을 볼 적에는 다른 무언가를 데려와 입히기 마련이다.
특히 우리에게는 동물 형상으로 사고하는 과정이 많다.
혹은 주변 인물이나 가장 최근 보았던 것에 접목하는 습성이 있다.
축제가 봇물 터지듯 터지는 이 시대, 가을에
이왕 정류장 앞에 칡넝쿨이 있어야 한다면
이상 기후 탓하지 말고 그냥 울긋불긋 단풍잎처럼 깜짝 물들면 어떨까. (내 생각은 늘 빗나가지만)
아니면 링에 올라 칙- 칙- 기운을 모아 싸웠던
어느 파이터라도 만나면 좋겠다.
(내 가을이 너무 빨리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