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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Nov 07. 2022

안전지대

화물차는 뚫고 가야만 했다. 

또한 플라타너스도 더 풍성히 자라야 했을 법하다. 


초여름이 되면 

플라타너스 가지에 잎이 돋고 풍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도로를 달리는 화물차는 본의 아닌 걸림돌이 될 듯도 하고

재빨리 통과하기 위해 액셀을 밟았을 것이다. 

익히 알고 있는 플라타너스의 푸른 낭만은커녕

자신의 한쪽을 내어주게 되고 자연은 일시 변경된다.


겨울이 되면 앙상한 줄기와 가지만 남는데

여름의 상황을 묘사하기 힘들 정도다. 

플라타너스 잎이 워낙 많기도 하고 억세서 그런지

몇 개월은 모양이 사라지지 않다가

동절기에는 가냘픈 여느 나무와 다를 바 없다. 


빠르게 움직이는 차량과 

빠르게 정지하는 나무의 공존이 처절할 따름이다. 


인근 개발공사의 여파로 또는 도로 확장의 이유로

낭만은 둘째 치고 그만 베어져 화목이 될까 싶은데 

정녕 도로와 나무 사이에 가지 뻗어나갈 여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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