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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

by 유광식

서울엔 가파른 경사지에 지어진 주택이 많다. 그런데도 차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차 실력을 뽐내려는지 집 앞을 차지한다. 눈이 오면 어떨지 모르지만, 어르신이야말로 외출 시 언제든 유의해야 할 것 같다. 녹번동 경사로가 만만치 않다.


공원을 향해 오르던 와중에 푸른 바둑이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옥상까지 이어진 통신선 목줄에 묶여 하염없이 주인 차량이라도 기다리는 것처럼 태평하다. 당장이라도 펄쩍펄쩍 뛰며 꼬리를 흔들고 다리를 핥을 것도 같은데 말이다. 바둑이의 이름이 궁금해 주위를 서성였지만, 낮잠을 자는지 철퍼덕 누운 모습 그대로다.


"바둑아~ 비 오면 밖에 나와 기다리지 말고 주차장으로 들어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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