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를 만나면 비로소 도시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확인받는다. 도시의 비둘기는 횡단보도를 건널 줄도 알고 던져 주는 과자를 감사 인사 한 번 없이 해치운다. 추운 날 빨간 나무 열매를 쪼고 줄행랑치는 비둘기를 볼 때마다 무소음 평판이 좌르르 흐르는 그를 마음에 새긴다. 여긴 도시다.
어렸을 적에는 모습보다는 소리로 먼저 다가왔다. 음률의 끈내끼(끈의 방언)를 잡아당기고 싶을 정도로 '구우~ 구구-구구'하며 신비로움을 치장하던 산비둘기가 생각난다. 어린 나이에 어찌할 수도 없어 궁금도 하고 사냥도 하고 싶었다. 시골은 신비를 부풀리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도시는 상황이 달랐다. 시골에 텃새가 많은 건 알지만 도시 텃세는 좋지 않았다.
예전에 고잔역 지상 승강장에서 비둘기가 활강하기도 했다. 도시 건물 어딘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비둘기의 모습에서 초조와 긴장이 느껴지고, 박힌 가시처럼 제거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독도에서 갈매기의 찰진 덩(배설물)을 맞았을 때 잠깐이었지 기분이 매우 나쁘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떤 이에게 혹(장애물)처럼 작용하면 자신도 모르게 방금 가져온 커피를 넘어뜨리는 실수를 범하게도 되는 법이다.
건물 지붕 난간에 앉은 비둘기가 거슬리는 흑점으로 넘길 수도 있으나 이 터에서 살기 위해 애쓰는 투혼의 결과(때)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푸른 장막에 까만 구멍을 내어 새 공간으로 유인하는 조금은 치 떨리는, 이 상한 일이 아닌지 되돌아보게도 된다. 직선에 고정되지 않는 곡소리 구구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