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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Aug 05. 2024

물맛

율목동, 2021

덥다~~!


요즘 쏘는 듯한 광선과 푹푹 찌는 작열에 정신이 혼미하다.  

외출이라도 한번 하면 땀과 함께 착 달라붙는 셔츠 때문에 천사 표정을 펼치기 어렵다.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고자 무던히도 애쓰는 사람들)


태양 덕에 잘 자란 옥수수와 보리, 헛개, 포도, 코코넛이

시원한 음료로 변모해 가던 길 잡아챈다.

그들 앞에 섰는데 되레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게 이상하다.

갈증의 고리를 끊어줄 냉차는

탈피한 매미라도 되는지 껍질만 두고 사라졌다.

여름휴가를 떠났으면 돌아 올 날짜라도 적어 두고 갈 것을.

빈속을 탓하다 달아난 녀석은 그들이 아니라

내 빈약한 호주머니 사정이 아니었겠느냐며 물먹고 말았다.   


집에 시원한 결명자차가 있다.

여름엔 우리집 물맛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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