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석동, 2024
어느 아저씨가 공사장 막대기를 주워 만들었을
엉성해 보이는 사다리에서 퍼석한 시멘트 향이 난다.
어둑한 밤이었을까? 망치질할 적에 누군가 성가시게 말을 시켰을까?
대못을 때려 박고 곧추세워 놓고 보니 빼딱하다.
그래도 아장아장한 모습이 귀엽다.
대뜸 머리보다 조금 높은 곳에 다다르기 위해
더는 투정해서는 안 될 신장의 조건을 딛고 오르니
기역(ㄱ)부터 흉내 내며 기억이 들썩인다.
요즘이야 담 넘을 일이 없지만
담 넘던 시대가 짐짓 애틋하고
유독 싫어하는 사다리 게임의 악몽이 들쑥날쑥하다.
시골집 처마 아래 고추끈으로 매단 감 따던 대나무 사다리와
주점이나 식당에서 쌓던 성냥개비 사다리탑,
옛날 홍대 카페 사다리(sadari)는 사라졌다.
한편, 인천예술회관역에서 청소 중 사다리에서 추락사한
한 노동자의 안타까운 일도 떠오른다.
가끔 사다리가 반갑다가도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