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석동, 2025
지위 높으셨던 누구는 물을 펑펑 쓰지만
부모님 살고 계신 오래된 빌라에서는 옥상 수조 물을 여러 집이 나눠 쓴다.
녹슬고 경화가 이뤄진 배관 탓에 재빨리 나오지도, 내려가지도 않는
쫄쫄 상태를 달래가며 산다.
빌라 출입문 앞에는 그 누가 심지 않았다고 미리 외치는
각종 야생초가 자라고 있다.
물 한번 준 적이 없지만 매년 풀빌라를 자처하며 정원을 꾸미고 있다.
흉한 건축 폐자재를 가릴 수도 있고 마음을 정화하는 역할도 한다.
재개발이 도사리고 있으니, 언제까지 하늘의 도움을 받아 연명할지 모르겠다.
여동생은 언젠가 자신의 이름을 '정원'으로 개명했는데
뭐니 뭐니 해도 풀 가득한 정원이 최고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