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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노란 경고

부평동, 2022

by 유광식

한겨울 농촌의 밭둑에는 간혹 고기 잡던 그물을 거꾸로 꽂아둔다.

텃새 정도 잡을 요량으로 주변에는 쌀알을 조금 뿌려 둔다.

그런 다음 한 끼 식사하고 오면 되는 것이다.


신트리공원 공사로 울타리가 세워졌다.

분명 사람들을 겁주려는 노란 딱지인데

지난 시절의 경험에 미끄러져 동물들이 먼저 떠올랐다.

내가 아는 동물들이 파란 그물에 목숨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1학년 아이의 왼쪽 가슴에 옷핀으로 매단 하얀 손수건은

콧물 닦는 도구가 아니라 콧물 흘리지 말라는 호랑이 선생님의 경고 같은 것이다.

공사장 왼쪽 장면에 케이블타이로 달아 놓은 노란 경고는

샛노란 가을 풍경을 말해준다기보다 건들면 쏜다는 누군가의 일침 같은 것이렷다.


한없이 나약한 나로서는 노란 경고에 마음 새파래졌고

따듯한 커피는 나 몰래 식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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