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석동, 2025
서류를 여러 개 만들 때 복사한다고 한다.
새집으로 이사 가면 식구 수에 맞게 열쇠를 만드는 일, 벽돌을 굽는 일, 같은 상표의 아파트, 2세를 낳는 일, 매년 자연도 제철 복사다.
디지털 시대에 사진이나 영상, 글 또한 쉽게 복사된다.
한 번은 복사기에 눈을 감고 얼굴을 대 본 적이 있다.
그건 사진인지 그림인지 귀신인지 모르게 새까맸다.
나 자신을 복사하기는 이상한데
지칠 적에 마치 홍길동처럼 하나 더 만들어 갈아타고 싶다.
복사의 달인 철물점 아저씨에게
'저도 복사가 되나요?'라고 물으면
아저씨 순간 청룡열차라도 타기 전 기분으로
마른세수하며 레이저를 쏘시겠다.
반사!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