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리, 2025
집 근처에는 소방서가 있어 자주 사이렌 소리를 접한다.
소방서는 불도 끄고 응급구조도 하고 가뭄으로 떼쓰는 단체장 동네에 물도 갖다 바친다.
일단 불난리가 나면 주변 상황이 오므라든다.
물불 가리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불이 만만하고 물이 천만다행이 아니다.
과학은 어느 정도의 인과관계를 가져와 윙크를 보낸다.
습기 머금은 바닷물에 시뻘건 토마토 한 덩이가 빠질 참인데,
누가 불이라도 지폈는지 잿빛 연기가 자욱하다.
저 멀리 굴업도의 1995년 방폐장 난리가 함께 휘발되었다.
지금 불난리가 난 거라면 소리라도 질러야 하는데
오후의 찐 더위를 숙연한 자세로 받들 뿐이다.
지난 시절 조깃배들의 불빛은 더한 불난리였을 터이지만
아련한 이야기로 흩어져 짠물이 되어 가는 가운데
맞히지도 못할 토마토를 향해 돌팔매질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