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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세모 맛

당하동, 2025

by 유광식

장을 보다 가현산포도가 나와 있길래 곁눈질 한번!

다른 상품을 고른 후 상자를 만지작거리며 남은 4상자 중 하나를 고르려는데

뒤에서 기습적으로 설명이 잇따른다.

첫 출하일인데 오늘 두 번이나 오게 되었다며 송산보다 맛있다고 설명하신다.

3KG 포도 상자를 수레에 가득 싣고 뒤에 서 계셨다.

생산자였다.


포도의 '포' 자조차 몰랐던 어린 시절엔

시골교회 성경 해설 안내지에서나 보던 동그라미였고

도시에 와서는 동네마트의 판촉용 적립 스티커 종이에서 포도송이 그림을 보았다.

이후 청포도 주스나 건포도, 포도씨유로의 변신도 관찰할 수 있었다.


대개 껍질을 벗기고 씨를 뱉고 먹어야 하는 귀찮음에도

새콤달콤 여름을 가득 품은 포도가 매혹적이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 서로 비집고 커져야 하는 부담감에도

어쩌면 저리 같은 감정의 색깔로 고르게 영글어 왔는지 신기하다.


한편, 포도청(捕盜廳)은 포도와 관련이 없지만

포도알을 씹는 중에 생각하는 것은 재밌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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