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무렵에 우리 공부방에 온 아이가 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아이였고 처음엔 엄마가 방학동안만 영어 문법을 도움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방학이 지나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니더니 어느덧 올해로 4년째 그 아이를 매주 만났습니다. 수능전날 까지도 매주 하던 대로 그 아이는 저희 집에 와서 공부를 했어요. 한 번도 시간을 어기거나 숙제를 덜해 온적도 없는 아이였어요. 정말 꾸준함과 성실함 그 자체였고, 어느 때든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이 어른인 제가 보기에도 대단해 보였습니다.
아이는 고3이 되면서 그동안 쌓아온 성실함의 저력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영어시험 이과 전교 1등, 세종시 이공계 장학금 대학 4년 전액무료 선정, 수능 1등급, 뿐만 아니라 졸업성적 전교 3등을 기록했고 수능당일에는 학교에서 수능 최고 득점을 하였습니다. 사실 이 아이는 공부방에 오면 항상 질문만 했을 뿐 제가 뭘 가르쳐 준적은 별로 없는 아이였어요. 꼭 제가 아니었어도 어디서든 이런 성과를 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 아이가 수능시험 이후 한달 만에 저에게 찾아왔어요. 지난주에 여행을 다녀왔다면서 초콜릿 한 상자를 슬쩍 내밉니다. 수능 끝나고 ”선생님 저 1등급 나왔어요“라는 문자를 보내서 제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는데, 대입 결과 발표가 난 후 대학에 두 군데에 붙었다면서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이라며 상담을 하러 왔습니다.
마음이 딱 반반이라 너무 고민이 된다면서 웃는 아이가 참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플공부도 열심히 해서 교환학생도 하고 싶고, 책도 많이 읽고 여행도 많이 하겠다고 합니다. 점수를 잘 받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꿈을 향해 그동안 노력해온 과정이 너무 예뻐서 제 마음속에 감동이 밀려왔어요.
아이들이 꿈과 목표를 가지고 한 걸음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고 감동입니다. 우리의 다음세대 아이들이 자신만의 꿈과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모습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 어른들의 역할의 전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혜진이에게 마음 담아 진심으로 축하하고 축복해주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던 자신의 선택을 믿고 자신감 있게 하면 된다고도 말해주었어요. 그리고 너처럼 귀한 아이를 그동안 만나고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고맙다고도 말했습니다. 아이가 돌아간 후에도 행복의 기운이 저와 저희 집에 가득 차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