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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니아니 May 26. 2022

#28 어서와 대안학교는 처음이지?

대안학교 10년차 엄마의 리얼체험기


종래에 한국의 입시교육을 상징하는 표현들 중에 ‘주입식 교육’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입식 교육이란 말 그대로 아이들의 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우기 보다는 많은 지식을 단기간 내에 주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입니다. 이 주입식 교육의 뿌리는 독일의 프로이센 교육 철학에 있습니다. ‘국가에 충성하는 국민을 만드는 것’을 교육의 최대 목표로 삼는 프로이센 교육은 종종 물건을 연속적으로 이동하면서 규격화된 생산품을 생산하는 장치인 컨베이어 벨트에 비유되어 오기도 했습니다. 인격적인 개체로서의 개인이 아닌 오직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움직이는 기계를 만들겠다는 독일 교육의 취지가 섬뜩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워털루 전쟁에서 프로이센 군대가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자 미국에서는 이 프로이센 교육제도를 공립학교 시스템에 도입시키게 됩니다. 일본 역시 프로이센 교육 제도를 통해 우리나라를 식민국가로 지배하려는 도구로 삼았습니다. 교육에 좋은 교육과 나쁜 교육이 있다면 프로이센 교육제도는 분명 후자에 속할 것입니다. 성적을 잘 받고 고분고분하게 말 잘듣는 학생들을 대량 생산하는 것을 우선시 하고 아이들로 하여금 성찰하지 못하도록 주입만 하는 교육은 분명 좋은 교육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공교육 역시 프로이센 교육제도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런 교육의 구체적 방법으로는 교사가 칠판 앞에서 수업 시간 내내 ‘강의’를 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교육의 현장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강의식 수업은 아이들이 생각할 필요도 없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필요도 없다는 점에서  토론식 수업과는 정반대의 개념입니다. 세상은 현기증이 날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유독 공립학교의 교실속 풍경만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백년 가까이 고수해온 우리의 공교육 제도는 이러한 정체된 교육에 부모들과 교사들이 회의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대두된 개념이 바로 대안교육입니다. 사실 대안교육이라는 말처럼 정확하게 한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말도 없는것 같습니다. ‘대안’ 이라는 단어를 영어로 풀어보면 ‘alternative’라는 의미인데 무엇이 대안인지 정확하게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런던 대학교에서 대안교육을 전공하고 건신대 대안교육학과 주임교수로 재직중인 하태욱 교수는 대안교육을 ‘전통적인 교육과 그 교육 방법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정의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전통적인 교육은 산업사회의 역군이라는 완제품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지난 백년 가까이 학교 체제 속에서 정형화 시켜온 교육의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공교육 체제의 제도 밖을 넘어 각 기관이 대안으로 여기는 교육의 철학을 담고 운영하는 학교를 이른바 미인가 대안학교라고 부릅니다. 구체적으로는 교육부에서 학교로 인가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학력 인증을 받을 수 없는 학교입니다.


따라서 대안학교의 아이들은 해마다 두 차례 있는 검정고시를 통해 초졸, 중졸, 고졸과 같은 학력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물론 모든 대안학교가 미인가 학교인 것은 아니고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들도 있습니다. 제가 처음 아이들을 대안학교에 입학 시켰던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이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안학교의 숫자도 상당히 많아진 것도 볼 수 있습니다. 미인가 대안학교라는 타이틀 아래 수학, 음악, 건축, 디자인, 농업, 요리 등을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학교들도 있고 국제학교처럼 외국 대학에 진학을 목표로 아이들을 준비시키는 학교들도 있습니다. 교회나 선교단체에서 성경적 가치관을 따라 만든 학교들도 있고 대안학교라고 하기엔 공교육 이상의 대입준비를 시키는 기숙학원형 대안학교들도 있습니다.


수많은 특색있는 대안학교들 중에 우리 아이에게 맞는 대안학교를 찾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발품을 파는 부모들도 적지 않고 대안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은데 어떤 부분을 먼저 고려해야하고 고민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게다가 매월 지출되어야 하는 교육비 문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의무교육기관인 공립학교에는 특별히 수업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지만 대안학교는 매월 지불하는 수업료가 있습니다. 적게는 매월 백만원 정도부터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교육비를 지출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또한 입학시에 입학금과 예치금이나 학교의 발전 기금 등을 내야하는데 이또한 작은 금액은 아닙니다. 보통 천만원에서 수천만원의 기금을 내야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예치금은 졸업시에 다시 돌려받을 수 있지만 학교에 따라서는 기부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대안학교에 문을 두드리고 싶지만 교육비와 기부금의 부담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매월 백만원 이상의 돈을 한 아이의 교육비로 지불하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요즘 중고등학생들의 학원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갑니다. 영어와 수학 두 과목은 기본으로 다니는 경우가 많고 거기에다 국어 논술이나 과학 과목까지 겸하면 학원에 들어가는 교육비만 해도 엄청납니다. 금액으로만 놓고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기숙학교에서 지내면서 교육과 생활을 모두 하는 것을 생각하면 학원비가 월등하게 더 부담이 되는 것 같습니다. 대안학교의 종류가 많은 것처럼 교육비도 차이가 있고 일반화 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 아이에게 맞는 대안학교나 교육기관이 있다면 문을 두드려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대안학교를 알아볼 때 고려할 중요한 사항은 부모의 참여와 역할을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 미리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교육에서는 상대적으로 부모의 교육 참여가 미비한 반면 대안학교는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아이들의 교육에 함께 참여해야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학부모 운영위원회가 존재하고 총회나 컨퍼런스 같은 전체 학부모 회의가 개최됩니다. 또한 전국구의 아이들이 모이는 학교인 경우에는 각 지역별 부모모임이 별로로 존재합니다. 크고 작은 학교의 행사에는 함께 참여해서 아이들과 교사들을 격려하고 동참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기숙학교에서 지내게 될 때에는 주중에 생활하는 모습이나 청소년기 아이들의 세밀한 심리의 변화상을 부모가 자칫 간과하기 쉽기 때문에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에 다닐 수록 아이들의 정서와 생활의 면면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언제라도 필요한 경우라면  담임선생님과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아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대안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라면 더욱 학교의 여러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과 대화의 끈을 이어가는 노력을 해야합니다. 우리나라에 대안교육이라는 것이 시작된 역사를 20년 정도로 본다면 최근 10년 동안이 대안학교 학생들의 규모나 인식면에서 가장 큰 성장을 이루어 온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만 봐도 도시 전체에 저희 아이들 밖에 없었던 대안학교 아이들이 이제는 수십명에 달하고 있고 공립학교를 다니는 중에도 대안학교로 전학을 고려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대안학교가 아이들의 현실에 대한 도피처가 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간혹 저에게 대안학교에 대해 질문을 하는 분들 중에는 아이가 공부를 싫어하고 공부 쪽으로는 아닌 것 같아서 대안학교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분의 인식 속에는 대안학교가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새겨져 있는 듯 했습니다. 정말 대안학교에 대해 잘 알아보고 관심을 갖고 있는 부모라면 공립학교나 입시제도로 부터의 도피처가 아닌 주도성있는 아이로 성장시키는 배움터로서의 대안학교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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