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니아니 May 26. 2022

#38 월든 프로젝트 트리하우스

대안학교 10년차 엄마의 리얼체험기


두 아이들을 산골 마을 대안학교에 보내는 동안 마을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바람직한 교육과 삶이라는 두 가지 중대한 인생의 문제를 위해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마을을 이루어 살아가는 교육공동체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도심을 떠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영위하는 소박하고 단순한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을 품기도 했습니다. 자연과 하나되어 사는 삶을 예술적 문체와 철학으로 승화시킨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은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도심 한가운데 바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주는 고전입니다.


그의 철학에세이는 곁에만 앉아 있어도 따뜻한 온기와 생기 넘치는 빛을 전해주는 벽난로처럼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저마다 마음 깊은 곳 자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공립학교 교육을 뒤로하고 외진 시골마을 대안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기 시작했을 때 제 스스로에게 조화로운 삶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의 답을 찾아오다보니 어느새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옅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는 작은 나무처럼 남들이 세워 놓은 기준에 좌우되며 자녀교육의 기준을 올곧게 세우지 못했던 제가 아이들을 대안학교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배운 값진 교훈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의 이치였습니다. 교육의 길 또한 삶의 다양한 모습과 마찬가지로 한가지 길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조바심을 내면서 타인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시골에 있는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매일 새롭게 창조되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마음껏 누리며 성장해 가는 아이들을 볼때마다 입시 전쟁터의 한가운데 아이들을 몰아넣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대안학교를 다니는 동안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흐렀고 이제는 제법 성장한 두 딸아이들에게 제가 자주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배움의 기회는 언제나 열려있다는 말입니다. 무엇보다 배움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을 것과 하나의 문이 닫혔다고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는 말도 해줍니다. 그리고 지금도 아이들이 좀 더 넓은 시야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삶의 길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그 길을 찾아가기를 여전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삶의 과정이 아이들에게 행복하고 의미있는 삶이 되길 바라고 동시에 더 넓은 세상에 영향력이 되는 아름다운 삶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헬렌과 스코트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월든>과 더불어 바이블과도 같은 책입니다. 서구 문명의 중심지인 뉴욕을 떠나 버몬트 숲 속에서 스무 해를 지낸 니어링 부부의 소박하면서도 조화로운 삶의 모습을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미국의 대도시 뉴욕에서 생활하던 부부가 시골마을 버몬트로 이사했던 일차적 목적은 대도시의 불황과 실업을 필연적으로 만드는 독식 경제의 영향력을 벗어나 독립된 경제생활을 영위하고 물질적인 풍요로움 보다는 지혜로운 사람들과 함께 진정한 기쁨을 누리는 삶을 살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들 부부가 시골에서 추구했던 삶은 노동 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대신 조화로운 삶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자존심을 지키며 더 올바르고 평온한 삶, 물음표를 던지며 곰곰히 생각하고 삶의 모든 일면을 깊이 들여다볼 시간을 갖게 되면서부터는 대도시의 복잡함과 미친듯이 서두르는 속도가 주는 불안한 마음을 더이상은 추구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헬렌 스코트 니어링 부부가 가장 큰 영향력과 감명을 받았던 책 역시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이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다산초당 출판사의 <숲속의 자본주의자>라는 책의 내용 역시 자본주의의 변두리인 시골에서 영위하는 단순하고도 소박한 삶을 노래하는 에세이입니다. 이런 책들이 최근들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교육이든 삶이든 이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남들이 가지 않는 길, 좀 더 도전적이고 자신만의 삶의 색깔을 표현하는 방법들을 찾아나서고 있거나 적어도 그런 삶을 동경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대다수가 선택한 길이 안전해 보이고 괜찮아 보였을지라도 이제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더 의미있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새로운 선택을 과감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학교 다니던 학창시절 하고는 판이하게 다른 아이들의 대안학교 생활의 면면을 들여다 보는 일이 그간 저에게는 기쁨이자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는 아이들을 볼때마다 그 내용과 창의성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학교의 많은 부모들이 이런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부러워 했고 심지어 자신들도 다시 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말도 종종 하곤 했습니다. 다채로운 학습환경이 주는 자유로움과 생생한 배움의 현장에서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누구보다 부모들이 직접 피부로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재학생들이 새로 구상하거나 선배들때부터 이어저 내려오는 프로젝트들이 다양한데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시간상 다양한 프로젝트를 모두다 참여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 중에서도 저희 딸아이들이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많은 부모들의 경탄을 자아냈던 프로젝트가 한 가지 있습니다. ‘월든 트리하우스’라는 프로젝트 인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먼저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을 열심히 읽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4기 졸업생이었던 Y가 <월든> 을 감명깊게 읽고 난 후에 실제로 소로우의 삶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입니다. Y는 친구들과 함께 실제로 트리하우스를 짓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학교에서 목공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트리하우스 설계를 하고 필요한 재료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오래된 나무 위에 평상의 기본 골조를 만들고 튼튼한 집을 만들기 위해 방부목에 오일스테인까지 아이들 손으로 직접 발랐습니다. 그렇게 평상이 만들어진 후에는 트리하우스의 기본 골조가 구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울타리를 하나씩 평상 위에 세우고 땅에서부터 나무 위의 집까지 연결되는 계단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문과 창문을 내고 보수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나무 위의 집이 흔들리지 않는지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며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꼼꼼하게 집을 지어나갔습니다. 기본 골조가 완성되자 이번에는 벽과 지붕을 얹고 트리하우스 전체에 얇은 스티로폼과 비닐을 이용해 단열재를 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합판으로 지붕을 덮고 나면 이제 전기 공사를 비롯한 인테리어 작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월든 프로젝트의 빌더(builder) 들은 트리하우스가 성공적으로 완성되고 나면 트리하우스 2차를 다시 지을 계획입니다. 건축과 목공 및 도시 설계 등의 진로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에게 트리하우스는 정말 신나는 배움의 현장이 되어주었습니다.


소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나무 위의 집을 직접 지어보면서 아이들은 배움이 얼마나 신나고 즐거운 일인지를 몸소 깨달았습니다. 작년 한해 프로젝트 팀장이었던 12학년 P군은 올해 대학에서 도시 공간 디자인을 전공하는 신입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후배들이 다시 이어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흥미를 가지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과연 나무 위의 집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설마 하며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아이들의 꿈은 나무 위에 15평 작은 집으로 탄생했습니다. 아이들은 함께 집을 지으면서 의사 소통의 중요성도 배우게 되었고 무엇보다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목공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들을 집을 짓는 현장에서 배우고 어떤 친구들은 보다 심화된 멘토링 수업을 개설해서 건축과 집짓기에 대한 공부를 깊이 있게 하기도 했습니다. 월든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이들은 저마다 “이건 나를 위한 프로젝트다” “쌤! 이거 제가 해본 프로젝트 중에 진짜 최고에요” 라는 말로 자신들의 열정을 표현했습니다. 도전하는 용기와 함께하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를 월든 프로젝트를 하는 친구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따금 학부모나 방문객들이  학교가 있는 산골 마을에 들어서면 커다란 나무위의 집이 특별한 아우라를 뿜으며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그것은 아이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현장이자 배움의 열정이 가득한 곳에서만 느껴지는 특별함입니다.


참고 BMR Magazine Vol.17 2021 Summer
<월든>
<조화로운 삶>
<숲속의 자본주의자>

이전 17화 #37 별빛 특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