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마시멜로 게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대안학교 10년차 엄마의 리얼체험기
유아의 자기통제력과 절제력을 관찰하고 그 결과를 미래의 성공과 결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 마시멜로 실험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1960년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가 월터 미쉘은 그의 연구진들과 더불어 4세 아이들에게 마시멜로가 한 개가 있는 접시와 두 개가 있는 접시를 각각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한 개를 바로 먹을 수도 있지만 자신이 돌아올 때가지 참고 기다리면 두 개를 먹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연구원은 마시멜로 접시와 아이를 방에 두고 나간 후 15분 후에 다시 돌아옵니다. 아이들마다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연구원이 나가자마자 바로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들도 있었고 노래를 부르거나 마시멜로 접시를 의도적으로 쳐다보지 않음으로서 먹고 싶은 욕구를 참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이 연구가 화제가 된 이유는 이후의 후속 연구 때문입니다. 같은 대학의 연구원들이 유아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이후에 이들의 성장 과정을 30년 동안 추적 연구했습니다. 연구의 결과는 모두가 아는 것과 같습니다. 마시멜로를 끝까지 먹지 않고 참았던 아이들이 성장 과정도 훌륭했고 대인관계도 좋았으며 학업 성적까지 우수했습니다. 그리고 연구원이 나간 직후 마시멜로를 먹었던 아이들은 사회 부적응이나 중독 등의 문제점을 보였습니다.
교육학과 심리학 분야의 유명한 고전적 실험인 이 마시멜로 실험은 그 결과에 대한 오류와 논란 역시 많습니다. 우선 실험군이 매우 소규모로 한정적이었고 당시 실험에 참여했던 아이들의 사회 경제적 가정 환경등은 완전히 배제했다는 점에서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의심받아 왔습니다. 결국 수년이 흐른 뒤 미국의 뉴욕대학교와 UC어바인에서 공동으로 이와 비슷한 실험을 한 결과 4-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시멜로 실험은 20년 뒤 삶의 성공과는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제 마시멜로를 가지고 또 다른 실험을 하는 한 부류의 연구원들이 있습니다. 연구원들은 테이블 위에 마시멜로 한 봉지를 쏟아 놓습니다. 피실험자는 십대 청소년들입니다. 진행자는 게임의 규칙을 설명하지 않고 그냥 게임이라고만 말합니다. 그리고 일절 질문이나 옆사람과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도 덧붙이고 문밖으로 나갑니다. 게임이 시작됨과 동시에 십대 아이들은 테이블을 향해 돌진합니다. 하나라도 더 많은 마시멜로를 잡아야 이기는 것으로 생각하고 서로를 밀치고 마시멜로를 차지하려고 기를 씁니다.
게임이 끝나고 진행자인 연구원이 다시 방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누가 1등 이냐고 묻는 대신 한명 한명에게 게임을 통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질문합니다. 아이들의 대답은 경쟁심, 시기심, 의심, 무력감 등이 대부분이었고 마시멜로를 가장 많이 쟁취한 소수의 아이들은 재미, 만족감, 승리감 등의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연구원은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합니다. 게임의 규칙은 없었는데 왜 마시멜로를 많이 가진 사람이 이겼다고 생각했는지를 묻습니다. 갑자기 아이들의 말문이 막힙니다.
연이어 진행자는 아이들에게 질문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칙과 서로 이야기하면 안된다는 규칙을 왜 깨려고 하지 않았는지를 묻습니다. 아이들은 이번에도 어안이 벙벙할 뿐입니다. 이 마시멜로 게임은 협업의 세계관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곳에서 종종 이루어지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규칙이 없었음에도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경쟁’과 ‘더 많은 소유’라는 개념이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경쟁하지 않고 질문과 대화를 통해 서로 공평하게 마시멜로를 나눌 수도 있었습니다. 규칙은 깰수도 있고 얼마든지 만들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정형화된 시스템 속에서 의심없이 규칙을 따르려고만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오랜 사회의 규범으로 굳어졌을 때는 더욱 고착화되어 벗어나기 어렵게 됩니다. 눈앞에 마시멜로를 무조건 많이 가져야 한다는 고정관점, 남이 뛰니까 나도 뛰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스스로 선택하고 다르게 생각하려는 사고 체계를 마비시켜버린 것입니다. 만약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이 ‘게임이 규칙은 무엇일까?’ ‘우리는 무조건 경쟁하기 위해 뛰어야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했다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느꼈던 패배감이나 경쟁심 그리고 시기심 등은 느끼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또다른 유명한 마시멜로 게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마시멜로가 먹기에도 달콤하지만 실험의 소재로도 아주 그럴듯한 재료가 되는 모양입니다.
TED talk 강연으로 알려진 ‘톰 워젝’의 마시멜로 게임 규칙은 간단합니다. 우선 마시멜로 한개와 20개의 스파게티 가닥, 그리고 약 90cm의 실과 테이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 팀은 4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위의 재료들을 모두 사용해서 가장 높게 탑을 쌓은 팀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조건은 반드시 마시멜로가 탑의 가장 꼭대기에 있어야 한다는 것과 제한시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게임의 규칙은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어려운 게임입니다. 그 이유는 4명의 팀원들이 매우 빠르게 협동심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마시멜로 게임에는 유치원 졸업생들, 학생들, 디자이너, 건축가, 공학자, 경영대학원 졸업생들, 그리고 심지어 포춘이 선정한 50대 기업의 최고기술중역들도 참여했습니다.
실험 결과가 재미있습니다. 삼각형의 기하학적 구도와 안정된 건축 구조를 이해한 건축가들과 공학자들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그 다음이 유치원 졸업생들 이었습니다. 팀빌딩과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실험에서 유치원생들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주도권 다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하나의 올바른 플랜을 세우기 위해 방향 설정을 먼저 하고 탑을 쌓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의 계획을 세워가는 과정 중에 주도권 다툼이 있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애초에 누가 주도권을 잡을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고 처음 부터 마시멜로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모델을 만들어 갔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들의 탑은 높을 뿐만 아니라 구조도 아름다웠습니다.
한가지의 정확한 방법만을 찾는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팀웍을 통해 다양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본다는 점이 게임을 통해 밝혀진 차이점입니다. 아이들의 협동 과정의 핵심은 한마디로 반복에 있었습니다. 협업의 중요성 뿐만 아니라 그 과정도 역시 중요하다는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게임입니다. 이 마시멜로 게임이 주는 교훈은 한가지가 더 있습니다. 보통 열 팀 정도가 게임에 참여하게 되면 평균적으로 여섯 팀이 탑을 쌓는데 성공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1등 팀에게 포상금을 걸었을 때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열 팀 중 단 한 팀도 성공한 팀이 없었습니다. 포상금을 걸었을 때 모든 팀이 실패하게 된 원인에 대해 뇌과학자 정재승 박사는 자신의 책 <열두 발자국>에서 ‘터널 비전 tunnel vision 현상’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상에만 집중하다보면 시야가 좁아지게 됩니다. 협동을 통해 마시멜로 탑을 높게 쌓으려는 본래의 목적은 흐려지고 1등을 통해 인센티브를 받으려는 욕구로 인해 마음이 성급해지고 결국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책 속에서 정재승 박사의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센티브에 너무 민감하지 말것, 계획에 너무 매몰되지 말것!’
백년 가까이 꿈쩍도 하지 않던 대한민국의 교육제도를 한방에 뒤흔든 단어가 ‘4차 산업혁명’ 이라는 우스개 소리를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내용인즉 미래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협업능력collaboration 과 창의성creativity,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on , 그리고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를 지닌 인재상이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하면서 부터 경쟁을 일삼던 교육 구조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간단한 마시멜로 게임을 통해 협동의 본질과 교육에 있어서의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TED talk 2010 Build a tower, build a team 마시멜로 게임
네이버 지식백과 마시멜로 실험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열두 발자국> 정재승 어크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