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학부모 장학회
대안학교 10년차 엄마의 리얼체험기
역사가 오래된 명문학교 일수록 졸업한 선배들이나 동문들의 활동이 활발하고 모교에 대한 지원도 아낌없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따금 부러울 때가 있었습니다. 재학생 후배들에게는 선배들의 앞선 모습이 롤모델이 되기도 하고 모교에 다양한 지원을 함으로서 후배들에게 격려와 보탬이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학교이든 어떤 형태의 교육기관이 되었든 학생들의 안정적인 교육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정적인 뒷받침이 잘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안학교의 교육내용이 아무리 훌륭하고 좋아도 공교육처럼 무료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추가적인 교육비에 대한 부담감으로 쉽게 대안학교에 문을 두드리지 못하는 가정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규모가 작고 학생수가 적은 학교일수록 각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교육비의 비중은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대안학교의 종류 만큼이나 각 대안학교마다 학비도 다양한 것을 보면서 교육을 선택하는 학생들이나 교육의 장을 마련하고 제공하는 대안학교의 입장에서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모두 겪을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대안학교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매월 일정한 교육비를 내야하고 입학시에는 입학금과 예치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중간에 자퇴를 하지 않는 이상 예치금은 졸업할 때 다시 돌려받는 교육보증금이지만 기숙사비와 식비 그리고 교육비는 매월 지불해야 하는 비용입니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교육비에 대한 학부모들의 부담을 최소화 시키고 더 안정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장학회을 통한 교육비 지원은 많은 부모들과 학생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교사선교회를 모태로 하고 있는 별무리학교는 선교회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매월 정기 후원금을 통해 학교의 운영과 발전을 위한 기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아진 장학기금을 가지고 학교는 매년 초에 장학생을 선발하여 후원하게 됩니다. 장학생의 선발 기준은 가정형편을 가장 먼저 고려합니다. 해마다 전체 학생수의 10퍼센트 정도가 장학금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형제 자매가 함께 학교를 다니는 경우에는 일정금액의 교육비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학교 설립의 목적과 교육 철학을 지키기 위해 학교에서는 개인의 기부금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학교의 장학금은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고 기여하는 제도입니다.
이렇게 학교에서 운영하는 장학회 외에도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학부모 장학회’가 있습니다. 학부모 장학회는 조금 특별한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1기 졸업생 중에 12학년 재학 당시 갑작스럽게 가정 형편이 어렵게 된 친구가 있었습니다. 다니던 학교에서 학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되자 12학년 학부모 전체가 십시일반으로 이 친구의 학비를 마련하여 주기로 결정하고 한 학생의 학비를 모으기 시작했던 것이 현재의 학부모 장학회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장학회가 정식으로 발족이 되었고 부모들의 지속적인 후원과 관심으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학부모 장학회가 하는 일은 개개인 학생들의 교육비 지원보다는 학교 전반적인 교육 시설이나 행사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합니다. 해마다 열리는 ‘진로 페스티벌’ 행사에서는 저금통 모으기 사업이나 음식 부스 운영을 통해 장학기금 모금활동을 하기도 하였고 평상시에는 후원 계좌를 통해 학부모들의 정기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학교의 노후된 시설이나 학생 농구장 등의 보수가 필요할 때는 학부모 장학회가 주도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작년 한해 코로나 상황에 어려워진 가정들에 특별 장학금을 지급해주기도 하였습니다. 학부모 장학회가 현재 준비하고 있는 것은 학교의 체육관 및 다목적 시설 건립을 위해 학교와 함께 노력하는 일입니다. 학교의 다목적 체육시설의 건립을 위해 먼저는 학부모 총회를 통한 의결이 있었습니다. 학부모 건축 준비팀이 다목적 체육관 건립의 필요성과 목적을 전체 학부모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전체 투표를 통해 대다수의 부모들이 건축의 필요성에 동의하였고 그때부터 건축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을의 교회에서도 적지 않은 건축비를 후원하였고 많은 부모님들의 헌신된 참여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목적 체육 시설은 체육관으로서의 기능 뿐만아니라 학생들의 학습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다목적 교육 시설입니다. 현재 학교에서 운영중인 맞춤형 교육과정은 학생 개개인의 시간표가 각자 다르고 개설 과목이 300개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기 때문에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건물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의실과 교실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교실 공간 확보를 위해 일부 교실을 리모델링하고 학교 카페테리아 일부와 교장실까지 모두 강의실로 변경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인 상태입니다. 학부모 장학회 운영 위원인 학부모들과 학교의 교사들은 현재 다목적 교육시설 건축을 위해 다각도로 힘을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학교 공동체의 구성원들 모두가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교육의 현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올해가 지나면 6기까지의 졸업생들이 배출됩니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앞으로 많은 졸업생들과 동문들과 학부모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학교의 발전과 아이들의 교육 지원을 위해 힘을 모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번주에는 특별한 모임이 두개나 있습니다. 하나는 학부모 장학회의 새로운 구성원들이 앞으로 진행할 장학사업에 대해 논의하는 모임이고 다른 하나는 12학년 학부모 전체 기도모임입니다. 이 모임에 졸업생들 3명이 함께 참여해서 자신들의 소명과 비전을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좋은 학교 공동체는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구성원들의 유대와 결속력 그리고 그것을 지속하게 하는 핵심 가치를 소유한 공동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