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대안학교 8년차 엄마의 리얼 체험기

이상한 설문조사

by 리니아니


9년 전 세종신도시가 형성되기 시작될 무렵 우리 가족은 세종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제 막 시작되는 신도시의 풍경은 그야말로 사방이 아파트 공사 현장이었다. 창을 열면 붉은 흙먼지가 거실 안으로 들어왔고 슈퍼나 병원이 들어설 상가는 전혀 없었다. 동네에는 편의점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고,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사현장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우리는 매 주말마다 근처 대전으로 나가서 장을 봐서 생활해야했다. 그렇게 문화시설이나 편의시설은 꿈도 꿀 수 없는 몇 개월간의 시간을 보내고 나자 사람들이 조금씩 이주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에 불이 켜지는 집들도 하나 둘 늘어났고 단지 내 학교의 아이들 숫자도 많아졌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는 갑자기 이주해 들어오는 세대수가 증가하면서 학교 부족현상이 발생했다.

수도권에서 내려온 이주 공무원들은 좋은 교육환경과 인프라를 포기하고 선택한 세종의 교육환경과 부족한 편의시설에 망연자실 하고 말았다.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학원이든 과외든 그 어떤 교육적인 환경도 갖추어지지 않는 세종시에서 아이들을 도저히 교육 시킬 수 없다면서 다시 예전에 살던 곳으로 이사를 나가는 집들도 종종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학교는 점점 증가하는 학생 수로 인해 난감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갑자기 늘어난 학생 수 때문에 두 개의 학교에 수용해야할 아이들을 한 곳의 중학교에 다 수용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당장 학교를 지을 부지도 없었고, 토지의 용도 변경을 해서 학교를 짓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2-3년은 걸릴 일인데 그러자면 새로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모두 졸업할 때가 되는 것이니, 부모들의 항의는 날마다 빗발쳤다. 학교 공청회에 가보면 화가 난 부모들의 원성이 무서울 정도였다. 학교에서도 정부에서도 당장 마땅히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중학교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교실도 너무나 부족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둘째는 근처의 고등학교에 남는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초중등 아이들이 있는 부모들은 매일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 때 나는 매일 같이 하나님께 기도하며 질문했다. “하나님, 우리 가정을 이곳 세종으로 오게 하셨는데 아이들이 갈 학교가 없다니요. 하나님, 이대로 여기에 있어도 괜찮을까요?” 마음 한편 전에 있던 동네의 학교가 그립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세종시로 이끄신 이유에 대해 깊이 묵상하고 기도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6학년인 큰 아이가 학교에서 설문 조사지를 한 장 들고 왔다. 내용을 보니 역시나 학교의 교실 부족 문제에 대한 내용이었다. 예비중학생 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지의 목적은 다음의 세 가지 중에 부모들의 의견을 묻고 가장 의견이 많은 쪽으로 결정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 중학교는 당분간 새로운 학교가 지어질 때까지 (중략)
1. 학교 운동장에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해서 교실로 삼는다.
2.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어서 학교 수업을 운영한다.
3.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일부 학급 아이들을 근처의 공주나 조치원의 학교로 매일 이동해서 수업한다.

결국 우리 아이가 계속 세종에서 학교를 다니게 된다면 중학교의 생활을 컨테이너 안에서 하게 되거나 오후에 학교를 가게 되거나 또는 공주나 조치원으로 아침마다 버스를 타고 다니게 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그때부터 더욱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미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도 고등학교 교실을 빌려 수업을 받고 있던 터라 나의 기도는 매일 더욱 더 간절해 졌다.

그렇게 몇 주간을 기도하는 중에 갑자기 예전에 섬기던 교회의 목사님이 우연히 설교시간에 하셨던 말씀이 번뜩 생각이 났다. 하나님이 세우신 기적과 같은 학교가 있다는 말씀이었다. 학교의 이름이나 위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하나님이 세우신 학교라는 것만 기억이 났다. 나는 당장 그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고 그 때 말씀하셨던 그 학교에 대해 여쭈어 보았다. 목사님은 자신도 언뜻 인터넷 기사로 본 내용이어서 학교이름은 잘 모른다고 하셨다. 전화를 끊고는 직접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검색어였다. 정확한 검색어가 있어야 인터넷에 정보가 나올 텐데 내가 아는 정보라고는 오로지 “하나님이 세우신 학교”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달리 방법도 없었기에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정보인 “하나님이 세우신 학교”를 그대로 인터넷 검색창에 쳤다. 당시에는 별무리학교가 개교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았던 때라 인터넷에도 정보들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한 개의 기사내용이 검색되었고, 그 아래 아주 작은 글씨로 “별무리학교”라는 이름이 있었다. 나는 즉시 검색창에 “별무리학교”를 쳤다. 금산에 있는 기독대안학교였다. 당장 학교에 전화를 했고, 그 주 주말에 상담을 가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8년 전 극적으로 별무리학교를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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