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커피 기업인 ‘라바짜(Lavazza)’의 미국 지사장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공식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90-95도의 끓인 물을 25-30초간 9기압의 강력한 증기를 통과시켜 정확하게 1온스 분량으로 추출한다. 에스프레소를 설명하는데 시적인 수사는 필요 없다. 에스프레소는 과학일 뿐이다.”
이탈리아어로 ‘빠르다’라는 뜻의 ‘에스프레소(espresso)는 6g 의 커피를 에스프레소 머신의 높은 압력을 가한 증기로 20-30초 내에 빠르게 추출한 커피로 커피양이 50ml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데미타스’라고도 불리는 작은 에스프레소 잔에 서빙 하는 이 진한 커피는 인스턴트 커피에 비해 카페인 양이 훨씬 적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고 새롭게 알게된 사실입니다.
물론 모두가 라바짜의 공식을 따를 필요는 없겠지만 커피 애호가들이라면 나름의 ‘커피 철학’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도 같습니다. 하루의 시작을 커피와 함께 여는 루틴이 언제부터 였는지 기억나지도 않을 만큼 커피가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평일에 특별한 일이 없는 날에는 책 두어 권과 노트북을 들고 자연스럽게 동네 카페로 향합니다. 그 곳에 가면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문하시겠어요?” “따뜻한 라떼 고소한 맛으로요 사이즈 업 해주세요!” 라떼 한잔을 받기 위해 카페 직원과 나누는 상투적인 대화는 마치 바리스타가 신선한 커피 한잔을 추출하기 전에 꼭 치러야 하는 의식의 일부처럼 느껴집니다.
한 모금의 커피는 아침의 고요한 정적을 부드럽게 감싸듯 정신과 온 몸에 윤활유가 되어 퍼지고 삶의 ‘성수’가 되어버린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있으면 몇 시간 정도는 거뜬하게 읽고 쓸 수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주에 리뷰 했던 책 <커피 세계사>에 이어 살림지식총서의 <커피 이야기>라는 책을 소개해 드립니다. 커피 나무의 원산지에 관한 지식과 커피 원두의 가공방식 그리고 커피의 맛과 향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커피에 관한 기초 상식을 두뇌에 탑재하고 나면 고급 아라비카 커피 정도는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일 향, 견과류 향, 고무 나무 향기, 곡물 향, 구운 빵 냄새, 꽃향기, 나무 냄새, 와인 향, 초콜릿 향, 캐러멜 향, 스모키 향, 향신료 냄새, 흙냄새 등등 커피나무의 품종과 로스팅의 정도에 따라 수십 가지 맛과 향을 내는 이 열매의 씨앗은 태초부터 지구의 모든 빛깔과 향을 흡수해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