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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꿈 Mar 27. 2023

산후조리원 가지 않은 이유

산후조리원 꼭 가야할까

우리나라에서 출산 후 산후조리원은 꼭 가야할 것 같은 곳이다. 가지 않는다고 말하면 오히려 "왜?"라는 반응들이 쉽게 돌아온다. 인기가 많은 산후조리원은 임신사실을 알자마자 예약을 해야 갈 수 있을 정도이다. 나도 당연히 산후조리원에 가야한다고 생각했고 임신을 준비하면서 부터 산후조리원을 알아봤으며 임신사실을 안 직후 바로 산후조리원을 예약했다. 너무 인기가 많아서 하마터면 예약을 못할 뻔 했다. 그리고 임신 6개월차에 일부 위약금을 내고 취소했다.


산후조리원은 일명 "조리원천국"이라고 불린다. 산모의 회복을 위한 곳이며 그리고 갓 태어난 아기를 전문가가 케어해주기 때문에 산모들은 마음놓고 그 곳의 다양한 서비스들을 즐길 수 있다.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나면 지옥이 펼쳐지기 때문에 산후조리원에서 푹 잘 자야한다. 이러한 생각들이 진짜일까? 


산후조리원을 취소하기 전까지 나도 위와 같이 생각했었다. 그런데 문득 주변에서 하는 말들이 정말 다 맞는 말인지 의아했다. 내가 쉬는 동안 우리 아기는 어떻게 관리되는거지? 나는 낯선 방 안에서 가족도 없이 혼자 푹 쉴 수 있을까? 코로나로 인한 감염은 괜찮은건가? 다들 산후조리원에 가기 전에 이런 부분들을 찾아보고 결정하는걸까?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다니기 시작했고 여러 소아청소년과전문의의 칼럼, 유투브, 육아서적, 그리고 산후조리원에 간 후기와 안간 후기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안가기로 했다. 


아기의 측면에서 산후조리원에 안간 이유는 애착형성과 건강 때문이다.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10달간 엄마의 목소리와 심장소리, 그리고 발걸음을 느끼며 함께한다. 그러나 어느날 문득 아기의 온 세상이 뒤바뀌는 날이 온다.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는 힘차게 울지만 이내 곧 엄마의 냄새를 맡으면 눈물을 그치고 안정감을 느낀다. 우리 아기도 그랬다. 내 품에 안기는 순간 아기는 울음을 그치고 본능적으로 혀를 할짝거렸다. 낯선 세상에 유일하게 익숙한 단 한 가지, 엄마이다. 이런 아기를 내 품에서 떨어뜨리고 갑작스러운 단체생활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산후조리원은 아기에게 단체생활이다. 수십명의 아기들과 같이 한 방에서 먹고 자고 운다. 샤워시간도 모두 동일하다. 자고 싶거나 먹고 싶은 시간이라도 조리원의 샤워시간에 맞추어 다같이 일렬로 일어나 대기한다. 잠을 잘 때에도 형광등 아래 다른 아기들의 울음을 들으며 잠든다. 이러한 생활이 아기에게 전혀 스트레스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또 전염병의 문제도 있다. 단체생활이니 어쩔 수 없다. 각자의 방에서 산모들과 접촉한 뒤 신생아실에서 다같이 모여 생활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최근 rsv감염 사례도 그러하고 코로나 집단감염도 같은 이유로 발생한다. 아기를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유리하다. 


산모의 측면에서는 정신적 지지와 적응 때문이었다. 산후우울증 예방방법 중 하나는 가족과 주변의 정서적 지지이다. 코로나로 인하여 요즘은 산후조리원 내 가족들의 출입이 불가하고, 남편의 출입도 제한적이다. 그러면 산모 혼자 먹고 쉬는 것인데 이것으로 육체적 휴식은 취할지라도 정서적인 지지를 받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집에서 생활하며 남편과 가족들의 도움 및 지지를 통해 나는 산후우울감을 많이 떨쳐낼 수 있었다. 참고로 산후우울감은 85% 정도의 산모가 출산 직후 2-3주간 느끼는 감정으로,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그 원인이다. 따라서 이건 누구에게나 올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가족들의 지지를 필요로 했다. 특히 남편의 지지가 필요했다. 몸이 아프고 고생하는 것을 같이 지켜본 사람이니 회복하는 것도 같이 하고 싶었다. 실제로 집에서 조리하며 내가 문득 망가진(다친) 나의 몸을 보며 슬퍼할 때, 모유수유가 잘 안되어 울적해 할 때 남편은 함께 슬퍼해주기도하고 위로해주기도 하며 내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엄마로서 적응하는 시간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산후조리원에서 남들에게 맡겨진 상태로 초기 2주를 보내게 되면 나는 아기의 시그널들을 잘 읽지 못할 것 같았다. 특히 산후조리원에 2주간 있다보면 아기는 작은 시그널들을 보내지 않고 바로 울어버리게 된다(산후조리원에서는 우는 아기가 밥과 새 기저귀를 받기 때문에). 그러나 집에서 작은 움직임에도 즉각적인 반응들을 받다보면 아기는 쉽게 울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우리아기는 크게 울지 않는다. 다만 소소한 불편함이 있을 때 이를 알리기 위해 칭얼거리는 정도이다. 그리고 울음소리도 경우에 따라 다른데, 그 울음을 금방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초반에 아기의 울음을 구분하게 되었을 때 엄마로서 성장하는 기분이라 조금 뿌듯했다.


산후조리원은 천국일까. 누군가에겐 천국일 수도 있다. 그런데 산후조리원 생활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과연 지옥일까? 산후조리원에 있다가 오기 때문에 오히려 집에서의 생활에 아기도 엄마도 적응이 어려워 지옥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모두 각자의 사정이 다르지만 나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이유로 산후조리원을 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전혀 후회는 없다. 오히려 정말 짧고 짧은 신생아시절, 작고 연약한 우리아기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직접 돌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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