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자퇴생이 되다

9화

by 희지

결국 이런 식으로 6개월을 넘게

혼자 끙끙 앓고 버티다가 자퇴를 하게 되었다

더 이상 학교 가는 길을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등굣길을 걷고자 하면 내 두 다리는 뻣뻣하게 굳었고

한 걸음, 한 걸음 떼며 두 다리를 옮기기조차 버거웠다


엄마에게 펑펑 울며 나 더 이상 못 다니겠다고

처음으로 큰 소리로 울어댔고

당황한 엄마는 “그래 안 가도 돼

희지야 괜찮아”라며 나를 달랬다


자퇴 절차는 엄마와 선생님의 통화로 이루어졌고

나는 포근한 이불에 누워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학교 폭력을 당해서 체육 선생님이 되었다던

첫 담임을 맡으셨던 남자 선생님의 말씀

내 가방을 챙겨주던 친구 한 명이

지퍼를 잠그는 모습과

그 옆에서 같이 서 배웅해 줬던

친구의 모습은 모두 뒤로한 채


나보다 훨씬 무거운 침구에 몸을 꽁꽁 숨긴 채

선생님과 통화하던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오랜만에 느껴보는 안도감에 서서히

눈이 자동으로 감겼다

그렇게 나의 기억은 없어져 버렸다


모두 지워버리고 싶었다

다시 갔던 학교에 나와 같은 반을 해주었던

나를 도와주는 듯 이용하는 듯했던 친구 한 명과

나에겐 말 한마디 건넨 적 없던 인사해 주던

같은 반이었던 인간들의 목소리


늘 나를 챙겨주었던 성격 센 친구가

순진한 건지 멍청했던 건지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했던

그 이름을 자신의 의로움에 취했던 건지

선생님께 일러버린 남학생이 있었다


엄마에게 몽둥이로 맞았다고 했다

분명 나에게 보복을 할 것이 뻔했다


내 책상 주위를 뱅뱅 돌며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던

그 남자애 포함해서 저 멀리서 희미한 3명이서

나를 향해 건방지게 걸어오며

“어? 유희지다~”하며 큰 소리로 가오를 잡으며

서서히 다가왔다


자존심 상하지만 공포스러웠다

그렇게 이르지 말라고 했건만..

이라는 원망밖엔 들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도와달라고 한 적 없었다

이건 도움이 아니라

내 생명줄이 끊기는 일러바침이었다


때마침 종이 울렸다

반으로 들어가 친구 옆에 앉아 있었지만

굳어버려 꿈쩍도 않는 불안에 완전히 묶여버린

내 몸뚱어리 때문에

나는 친구인지 친구가 아닌지 모를 친구와

학교고 뭐고 모든 것을 뒤로하고 교실을 뛰쳐나갔고

처음 보는 2학년 담임 선생님께

“저 갈게요..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하며

그날 이후로 학교와는 영원히 작별하게 되었다


학교 밖은 고요했다

오랜만에 입어 어색했던 교복 안녕

나 혼자만 입을 줄 몰라 놀림받았던

빌어먹을 검정 스타킹 안녕

빌어먹을 남학생들 안녕

빌어먹을 이 학교 영원히 안녕


그날 다짐했다

학교는 영원히 다니지 않기로 나랑 약속하기로

절대 이 절망을 잊지 말라고

다시는 이 절망을 잊고 망각이라는

기억의 왜곡과 속임수에 속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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