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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

by 뺑덕갱

이른 봄, 숲에 발을 들려 놓으면 푹신한 낙엽 더미 밑에 잠이 덜 깬 씨앗들의 뒤척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숲이 겨우내 얼지 않게 품어주고, 지켜주고 따뜻한 봄기운이 스며들면 콧구멍 벌렁거리며 새싹들이 세상 구경 나온다.

숲은 엄마다.

갱이

어제는 흙더미 속에서 들썩대고, 오늘은 흙 묻은 머리꼭지 흔들어대고 내일이 오면 '파릇파릇' 얼굴을 볼라나?

조금만 기다리면 작년 봄에 만났던 나무와 풀들이 궁둥이 붙이고 앉아, 꽃망울 품고 젖 먹이는 모습을 볼 텐데, 설레는 내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둥실둥실' 숲으로 날아간다.

갱이

오늘도 산에 올랐다.

'바스락바스락' 작년 봄에 나를 훔쳐보고 간 청설모가 그 사이 짝꿍을 만났다.

밤나무 등짝을 오르락내리락거리며 사랑놀이 중이다.

혹한 겨울을 잘 지내고 쌍을 이루어 만나니 신이 나게 반갑다.

20210418_봄바람.jpg
갱이

바람이 머무니 숲이 참 수다스럽다.

벤치에 앉으니 멀대 같은 나무들이 나를 내려다본다.

갱이


시들시들한 숨 토해내니 숲이 안아주고 도닥여 준다.

파릇파릇해진 마음 안고 나는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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