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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순간들이 반짝거릴 때
밤 이야기
마중
by
뺑덕갱
Nov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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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한
밤이
찾아오니 가로등이 슬그머니 눈을
뜬
다.
잠시
하던 일 멈추고 밤 마중하러 베란다 난간에
기대 본다.
photo 갱이
먼 산 너머로 무너져 내리는 태양
,
초저녁이 활활 타들어간다.
photo 갱이
묘지의 비석처럼 차갑게 식어있던 아파트촌이 죽음에서 피어난 흡혈귀처럼 눈을 뜬다.
photo 갱이
photo 갱이
밤으로 건너가는 이 순간, 태양은 내 눈마저 할퀴고 떠나가고 밤을 실은 구름 떼가 차분히 다가온다.
photo 갱이
밤은 말이 없다. 야금야금 태양의 흔적을 먹어 치 울뿐이다. 밤에 문이 열리면 태양의 꽃들은 숨을 죽이고 다음 날을 꿈 꾼다.
시멘트 위로 피어난 밤의 꽃, 달과 별은 눈이 멀고 기러기들은 불나방이 되어 밤하늘을 허우적댄다.
photo 갱이
밤이 깊어지면 숲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던 포식자들이 눈을 뜨고 쫓기던 생명의 한가닥 비명소리만 무심하게 숲을 떠돌다 사라진다.
숨죽여 지켜보던 풀벌레는 소곤대다 쪽잠 청한다. 밤은 냉철하게 지나간다.
photo 갱이
흔들 거리는 자동차 불빛, 밤에
파묻힌
사람들 사이를 마음이 헤집고 다닌다. 가로등 방패 삼아 딸아이를 마중한다. 모든 것이 가려지고 숨겨져도 어미의 마음은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고 단호하다.
photo 갱이
밤의 늪에 점점 빠져들면
'
쉑쉑' 숨소리만 지붕 위를
떠돈다.
화려한
밤의 등꽃도 하나 둘 떨어지고
고개 숙인 가로등만 희뿌옇게 서서 밤을 배웅한
다
.
어둠이 흩어지고 푸른빛이 차오르면 밤은 정중히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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