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는 이야기
한가한 겨울, 두터운 눈모자 얹어 쓰고 주렁주렁 고드름 걸고 시골집이 한껏 멋을 부렸다.
꿀 먹은 고구마, 분 넘치는 감자, 겨울이 오면 부엌에 이웃한 광은 호사스럽게 배가 부르고,
겨우내 잔걸음 들락날락, 광 문턱이 번들번들 광이 난다.
구석진 높은 곳엔 꿀단지, 엿단지, 사탕단지 나란히 숨어 앉아, 아이들과 숨바꼭질한다.
아버지, 어머니만 아신다.
시골집은 두둑하고 아버지는 걱정이 없다.
깊은 산골 뒤져 아버지가 따온 꿀은 목구멍이 뱃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맛이 나고,
어머니가 밤새 아궁이 끼고 고아 만든 쌀엿은 거미줄 끈끈이 맛이 난다.
귀한 쌀과 맞바꾼 박하사탕, 눈깔사탕은 구슬공보다 더 빛나고 단정하며 핥아먹기도 아까운 맛이 난다.
아버지는 한 움큼 슬쩍 주머니에 넣고
큰딸, 수명을 부르신다.
불룩해진 아버지의 주머니, 바스락 소리 내니 어린 수명의 눈은 별사탕이 된다.
쓴 약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귀한 사탕, 동생들 불러 모아 꽁꽁 언 어린 손에 왕사탕, 박하사탕 쥐어 주니, 눈에서 반짝반짝 별이 뜨고 아까워 주머니에 넣는 놈, 어느 틈에 한쪽 볼이 볼록해진 놈.
도시 할머니가 된 수명의 핸드백에는 커피 사탕이 바스락 거리고, 소소하게 지나간 날들을 돌아보니, 아버지, 어머니 입에 들어간 사탕 한 번 본 적 없고, 별처럼 반짝이던 동생들도 이제는 가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