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는 이야기
매몰찬 여름비가 시골집 마당을 후벼 판다.
함께 몰려온 천둥은 으름장 놓고, 뒤따라 온 번개는 지랄맞게 춤추고 사라진다.
부서져내리는 장대비 너머로 먼산 어깨가 으슬으슬 바스러져 내린다.
대굴대굴 몰려든 아이들, 마루 너머 구경 중이다.
'꽝꽝' 천둥이 발 구르면 아이들은 자지러지고 비 속에 갇힌 시골집 덩달아 움찔댄다.
펑퍼짐한 솥쿠리 가득 야물진 옥수수 산처럼 쌓아 부엌턱 넘어오시는 어머니, 풍성한 김뭉치가 주름진 얼굴 감싼다.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아이들 눈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럽다.
큰 놈, 작은놈들 둘러앉아 한 입씩 베어 무니 강냉이 악단이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달아오른 여름 달래주고, 아버지는 금이냐 옥이냐 키운 쥐이빨 옥수수, 큰딸 손이 닿게 서까래에 줄줄이 꿰어 매달아 놓으신다.
가을이 깊어지면 옥수수수염이 까슬까슬 주절대고, 알갱이는 달강달강 할배 이처럼 헐거워진다.
첫눈 안고 겨울이 마당에 들어서면, 아이들 머무는 사랑방에도 웃바람이 슬그머니 비집고 들어와 같이 살자 한다.
두툼한 광목 이불이 검게 멍든 아랫목을 덮어주고, 코끝이 빨갛게 불 켜진 아이들도 시린 발 담근다.
이른 밤, 큰 딸 수명은 처마에 걸린 쥐이빨 강냉이 털어 빈 깡통에 넣고 어머니가 내어주신 들기름 부어 흔들흔들, 냄비 뚜껑 덮어 화롯불에 앉힌다. 동생들 옆에 끼고 어른 행세다.
강냉이 터지는 소리에 아이들 화롯가로 몰려들고, 들썩 춤추는 뚜껑 사이로 비집고 나온 고소한 냄새, 아이들 콧구멍 간질인다.
깜장눈들이 끔벅끔벅, 침이 꼴딱꼴딱, 깡통 위로 소복하게 올라앉은 촌뜨기 팝콘, 한 움큼 움켜쥔 아이들 얼굴에 행복 터진다.
끊임없이 달려드는 눈 이고 지고 품에는 아이들 품고 시골집에 밤은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