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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짓는 꼬꼬알

마음으로 읽는 이야기

by 뺑덕갱


노을 진 저녁하늘에 밥 짓는 연기가 하얀 꽃을 피워낸다.

아버지는 슬쩍 뒷마당으로 발길을 옮긴다.

닭들의 날갯짓 소리가 조용한 동네에 메아리치고, 뒷짐 진 아버지 손에 따끈한 알이 고개 내민다.


아궁이 언저리로 물러난 허연 잿불, 한 삽 퍼서 화로에 던져 넣으니 마지막 숨통 틔운다.

아버지의 누우런 송곳니가 꼬꼬알 꽁무니를 톡톡 두들기니 금세 코딱지만 한 구멍이 났다.

노란 알짜베기 노른자, 호로록 아버지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텅 비어버린 꼬꼬알, 아버지는 불려둔 쌀알을 한 알 한 알 밀어 넣어 허전한 배속을 채워준다.

물 먹인 문종이로 꽁무니도 막아 준다.

소꿉놀이가 힘드셨나, 허리 펴고 큰 헛 숨 내쉬니 허연 잿가루 허망하게 흩어진다.


품은 꼬꼬알이 잿더미 위에 둥지 틀고 앉았다.

알 품은 잿불은 마지막 힘을 다해 잔꽃을 피워낸다.

문종이 사이로 보글보글 밥물 내뱉는 꼬꼬알, 고소한 계란밥 냄새가 잿불 위로 피어오르고, 화롯가에 웅크리고 앉은 어린 딸의 콧구멍도 덩달아 벌렁댄다.

타닥타닥 꼬꼬알이 소리 내면, 아버지는 터질라 깨질라 호호 불고 어르고 달랜다.


딸아이의 군침 넘어가는 소리는 꼴깍꼴깍

마루 위의 부엉이 시계는 똑딱똑딱

짝을 맞춰 들려오면, 아버지 마음은 바빠진다.

따끈한 계란밥 속살이 포실포실 드러나면, 호호 불어 한 김 식힌다.

고개 젖히고 찢어져라 입 벌린 딸아이 모습에 아버지의 두툼한 손은 더 다급하다.

초저녁 달은 푸근한 등이 되어 그들을 비추며, 벙글벙글 세상을 내려다본다.


'오늘은 뭘 해 먹나?' 냉장고 속에 얼굴 디미니 나란하게 줄지어 앉은 계란, 두어 개 집어 드니 그 옛날 엄마가 좋아했던 외할아버지의 계란밥이 생각나고, 화롯가에 마주하고 앉은 그들의 모습에 벙글벙글 내 얼굴에도 그 달님이 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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