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의 유혹에 흔들린 어린 마음, 그로 얻은 소중한 교훈
어린 시절 우리 집 앞 가게는 내가 제일 좋아하던 곳으로,
하루에 몇 번씩 뛰어가던 곳이었다.
그곳에는 무지개 왕사탕, 분홍 별사탕, 빨강, 노랑 젤리,
그리고 내가 제일 싫어하던 하얀 박하사탕까지 유리 서랍에 가득 담아 있었다.
그 외에도 각종 밤과자, 센베 같은 과자와 두부, 콩나물 같은 음식 재료까지 없는 게 없었다.
그렇지만 그 집 사탕이나 과자를 매일 먹진 못했다.
손님이 오실 때 사 오시거나, 아니면 엄마를 졸라 받은 10원을 들고 뛰어가던 곳이었다.
거기에서 5원짜리 왕사탕을 하나 볼 가득 넣고,
나머지 5원은 손에 꼭 쥐고 집에 와서 다음 날 사용하곤 했었다.
매일 행복했던 그 시절, 어느 날 동네 친구들과 가게로 뛰어갔다.
난 돈은 없었지만 친구들 사는 거 구경하고 싶어서 따라갔었다.
가게 안은 동네 꼬마애들로 가득했고, 주인아저씨는 바빴다.
친구들은 익숙하게 사탕 서랍을 열어 사탕을 하나씩 집었고,
나는 사탕 하나를 슬쩍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아저씨가 어느새 내 뒤에 서 계셨다.
다른 아이들은 돈을 내고 나가고,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아저씨는 조용히 나에게 다가와,
"앞으로 그러지 마라." 하시며 사탕을 주셨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사탕을 먹을 수가 없어서 친구에게 주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로 한동안 그곳을 안 갔다.
멀지만 다른 가게로 가서 사탕을 사 왔었다.
어느 날, 엄마가 김밥을 해 주신다고 시장에서 장을 봐 오셨다.
그러시더니 김을 안 사 왔다고, 그 가게 가서 사 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절대로 그 가겐 안 가겠다고 버텼고,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의 추궁에 결국 울면서 자초지종을 털어놨다.
엄마는 엄한 얼굴로 말씀하셨다.
"이 세상엔 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두 가지 있어.
하나는 화상처럼 몸에 남는 것이고,
하나는 도벽처럼 마음에 남는 거야."
하시며 도둑질이 얼마나 나쁜지 설명하셨다.
그리고 나를 데리고 그 가게로 가셨었다.
엄마는 김을 사시면서 주인아저씨에게 사과를 하시고,
나에게도 잘못했다고 말씀드리라고 하셨다.
그 이후로 난 그런 일을 다신 할 수 없었고,
그런 일이 얼마나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는지 체험하게 되었었다.
세월이 흘러, 난 이제 어른이 되어 요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얼마 전 요양원에서 밤 근무를 하는 중이었다.
어르신 한 분이 도움을 청하셔서 그 방에 갔다가,
복도를 걸어가는데 다른 노인 분과 마주쳤다.
그 할아버지는 걷는 것도 잘하시고 정신도 온전하신 분이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께서 내 눈치를 보시면서,
한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를 나에게 안 보이게 다른 손으로 옮기셨다.
그래서 뒤로 가서 뭔가 봤더니, 냉동실에 있는 아이스크림 큰 거 한통을 가져가고 계셨다.
나는 할아버지께
“밤이니까 작은 아이스크림 드시는 게 어떠냐”라고 슬며시 말씀드렸더니, 좋다고 하셨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바꿔드렸더니 좋아하셨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우셨다.
아이도, 할아버지도 달콤함은 참기 힘든 유혹인가 보다.
유년 시절 단맛의 유혹에 흔들린 철부지는 그 일이 얼마나 무섭고 잘못된 지를 깨닫게 되었고,
할아버지의 아이스크림은 작은 것으로 바뀌었지만 모두 행복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그 달콤한 사탕의 기억은 여전히 6살 어린 시절 추억과 함께 깊은 위로를 안겨준다.
아마 우리 모두, 마음속엔 여전히 작은 사탕 하나쯤 숨겨놓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