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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재 Jul 30. 2024

나 홀로 겪는 '승차한계'

7월 30일 출근길

  집을 나서는데 옆집 아이를 봐주는 나이 지긋한 여자와 마주쳤다. 옆 집 아이의 할머니였다. 인사만 하는 정도이지만 나의 출근길에 만나는 유일하게 아는 사람이다.


  버스에서 내려 돌곶이역으로 향했다. 내 앞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앞서가고 있었다. 이들은 그동안 스쳐 지나며 눈에 익은 두세 사람을 빼면 생면부지의 사람들이다. 두세 사람조차 나 혼자 인지하고 있는, 그래서 안다고 할 수 없는 이들이다.

  열차를 타고 문득,

  '버스에서도 그렇고 여기에도 아는 사람은 없군!'

생각이 들며, 갑자기 열차 안에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궁금해졌다.

앉은 사람과 서있는 사람들, 출입구와 노약자석 인근을 개략 세어 보니 120명 정도였다. 객실통로에는 사람들이 2열로 있고 출입구에는 대여섯 명이 서로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지하철에는 사람이 얼마나 탈까?'

  의문이 이어졌다.

  열차 객차 한 량에 좌석은 7명이 마주 앉아 14명씩 세 군데에 노약자석이 12석으로 54석이 된다. 입석은 먼저 객실 통로 세 군데에 6명씩 세 줄이 보통이다. 이곳에 54명이 서게 된다. 출입구 부근 한 곳에 보통 8명에서 많게는 20명이 설 수 있을 것 같다. 출입구는 네 군데로 여기에 있는 사람은 32명에서 80명이 된다. 노약자석 앞에도 보통 6명에서 많게는 12명이 들어선다. 노약자석 앞이 두 군데이니까 12명에서 24명이 된다. 이 객차 하나에 보통 150여 명의 사람들이, 많게는 210명 이상이 타게 된다. 객실통로에 6명씩, 출입구에 4명씩 더 들어가면 250명 가까이 탈 수 있다. 이 정도가 되면 갑갑하고 눌린 상태에서 서로 불편한 상황이 될 것이다.


  그 사이 지하철은 보문역에 도착했다. 출입구에 사람들이 많아졌고, 편안한 자리를 찾아 객실 통로 안으로 들어오려다 못 들어오고 눈치만 보는 사람들도 보였다. 객실 통로는 3열이 됐고 어느새 내 뒤에도 한 사람이 다가와 서있었다. 이제 지하철 안에 있는 사람들은 개략 170명 정도로 늘어났다.


  이런 식으로 눈대중으로 가늠해 보다가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지하철 9호선/수요 논란’ 글에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출처의 ‘지하철 혼잡도 보는 방법’이 있었다. 거기에는 표와 예시 그림이 있었는데 객실통로 3열 입석에 출입구마다 20명씩 있을 때의 인원 160명을 혼잡도 100 퍼센트로 표시하고 있었다.

  ‘내가 보통의 인원을 150명으로 잡았는데 그럴듯하군!’

  표는 혼잡도 24 퍼센트 35명부터 혼잡도 270 퍼센트 470명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빨간색으로 강조한 '승차 한계'는 230 퍼센트 368명이었다. 이 숫자는 객실통로에 5열, 각 출입구에 30명에서 40명(8열)으로 계산한 수치였다. 눈대중이지만 내가 가늠한 250명과 118명이나 차이가 있다.

  ‘연구원의 숫자와 32 퍼센트나 차이가 나다니!’

  무엇보다 객실통로의 5열 배치는 수긍이 가지 않았다. 4열 조차도 사람들이 밀려 들어가 억지로 만들어지는 모양새인데 5열은 가능하지 않은 숫자로 생각되었다. ‘승차 한계’에 대한 개념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피부로 몸소 겪은 나의 ‘승차 한계’가 더 현실적이지 않을 까. 승차 한계를 과다 계상해서 혼잡도를 현실과 다르게 덜 심각하게 보이려는 꼼수로 생각되었다.


  신당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탔다. 승강장이 붐비고 객차 안도 가득 찼다. 승강장에서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다음 열차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열차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아아! … 뒤에 열차가 바로 오고 있습니다아아."

  승무원의 육성이었다. 고조되고 거칠게 목청이 떨리는 목소리였다. 절박함마저 느껴졌다. 출입문이 닫히고 열차가 출발했다. 승객들은 움츠리고 고개를 들어 천정을 보거나 눈을 감고 있었다. 서로서로 밀착한 틈새에서 빼꼼히 휴대전화를 펼쳐 보는 이들도 있었다. 열차는 흔들거리며 어둠 속을 지나가고 승객들은 침묵의 시간 속으로 들어갔다.


  정적을 깨는 차분하고 정돈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어떨까요? 나보다 더 힘든 분들을 위한 배려는 우리 모두를 기분 좋게 합니다. 고맙습니다.”  녹음된 안내 방송이었다. 나는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돌곶이역 버스정류장 한 정거장 전에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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