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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재 Aug 02. 2024

목요일의 근로자들

8월 1일 출근길

  사람들은 언제부터 일주일 단위로 살게 되었을까? 하루는 낮과 밤이 있고 한 달은 달의 차고 비움이 있으며 일 년은 사계절이 있어 시간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일주일은 일요일, 월요일 같은 요일의 이름이 없으면 알 수 없는 단위다. 그렇게 보면 '일주일'이라는 시간 단위는 연, 월, 시, 분, 초의 시간 단위 중 가장 인간적이며 인위적이다.


  우리나라는 1895년부터 공식적으로 요일을 표기했다. 그 이전에는 요일의 개념이 없었을 것이다. 다만, 24 절기와 설날, 추석 등 명절에 일을 쉬었다고 한다. 이렇게 쉬었던 것이 대충 7일 간격이 된다고 하니 서양의 안식일과 비슷하게 일주일에 하루는 쉬어야 하는 것이 적당한가 보다. 이제 토요일이 반공일에서 휴일로 바뀐 것도 오래된 일이 되었다. 일주일에 이틀을 쉬고 있고 '4.5일 근로 논의'도 있는 것을 보면 노동은 인간이 결정하기 나름이다. 토요일이 반공일일 때 금요일은 노동 강도가 최고가 되는 날이어서 주말의 휴식을 고대하며 일했었다. 이제는 목요일이 일주일 노동의 누적 최고점이 된 듯하다.


  돌곶이역에서 전철을 탔다. 1-3번 출입구로 탑승해서 줄의자 쪽으로 들어가 승강장 쪽을 향하여 자리를 잡았다. 출입구로 들어가 180도 돌아선 것이다. 지하철 실내가 한산해서 줄의자 앞에 사람들이 별로 없을 때면 늘상 그렇다. 승강장을 향한 쪽에 여유가 없을 때에는 반대편에 자리를 잡는다. 딱히 이유가 없는 습관일 뿐이다.


  줄의자 중간쯤에 자리를 잡았다. 정면에 앉은 사람은 정수리에 숱이 적어 속이 좀 보였지만 단정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촘촘한 체크무늬의 파랗기도 하고 녹색으로도 보이는 신사복 외투를 입고 있었고 비슷한 색의 티셔츠를 입었다. 남자는 정면을 향하고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그 남자 왼쪽으로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두 손을 모아 허벅지 위에 두고 휴대전화를 잡고 있었다. 그도 역시 눈을 감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젊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중간 크기의 둥그런 가죽 가방을 무릎 위 두 손 안쪽에 두고 약간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있었다.

  오른쪽으로는 남자 셋이 앉아 있었다. 오른쪽 첫 번째 남자도 눈을 감고 있었고, 두 번째 남자는 가늘게 실눈을 뜨고 휴대전화를 보며 스크롤을 하고 있었는데, 그 눈빛은 흐려 보였다. 세 번째 남자는 구릿빛 얼굴에 브라운 색깔의 반팔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상체가 둥그렇고 작은 편이었다. 남자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불편함이 있는지 눈가에 약간 힘이 들어가 있었다. 오른쪽 마지막 사람은 여자였는데 단정한 차림의 여자였다.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있었다.

  '다들 눈을 감고 있네...'


  신당역에 다다르며 환승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제 내려야 한다. 신당역은 반대편 쪽으로 승강장이 있다. 문득 뒤쪽의 표정이 궁금해졌다. 180도 뒤돌아 출구로 향하면서 쳐다봤다. 줄의자 앞으로 승객들이 서있어서 앉은 사람들의 표정을 보기 어려웠다. 그 중 오른쪽 끝의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뒤로 해서 기울이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잠을 잔다고 해야 할 정도의 모습이었다.

  목요일 아침, 이들은 주간 노동 누적 최고의 날을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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