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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재 Aug 09. 2024

오토바이를 탄 방역인

8월 9일 출근길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은 반듯하다. 도로는 보도와 자전거도로, 울타리로 구분된 차도로 구성되어 있다. 보도와 차도의 단차를 없애 자전거나 휠체어 이용자의 불편을 줄였고 볼라드를 설치해서 안전을 강화했다. 사거리 코너에는 잠시나마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우산형 그늘막도 설치되어 있다. 나는 반듯한 사거리를 지나 버스정류장에서 출근길 버스를 탄다.


  오늘 아침은 화창했다. 아침부터 햇살이 강했다. 보도를 걸어 사거리에 다다랐을 때 ‘이토토토 이잉 잉’ 거친 소리에 쿵텅쿵텅 흔들리는 움직임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내 앞을 지나갔다. 자전거도로를 이용하여 연기를 내뿜으며 빠르게 사거리를 직진해서 사라져 갔다. 오토바이 뒷부분에 배기통 같은 금속체가 달려있고 금속체에서는 희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시큼털털하고 약간 매캐한 냄새,

  '이건 소독약일 것이다!'

  며칠 동안 비가 쏟아졌는데 비가 그치기 무섭게 소독약을 살포하고 있었다. 약제의 성능이 좋아진 것인가?

  1톤 트럭에서 오토바이로, 아이들이 쫓아가며 마셔댈 수 있는 느린 속도에서 빠르게 휑하니 사라질 수 있는 속도로 바뀌었다. 한편으론 어딘가 구석진 곳에 고인 물이 있을 수 있겠으나 시궁창도 없고 썩은 물도 없는, 쓰레기가 쌓인 것을 볼썽사납게 보았다가 돌아보면 어느새 사라지고 없는 이곳에서 아직도 방역을 하고 있다. 생 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점등인처럼 '장마철 비 온 후 첫째 날에는 방역하라'라는 명령을 충실하게 따르는 방역인이 문명화 이후로 지금까지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니! 안심되는 일이다.


  이 시간 이 자리는 노동이 마무리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며칠 전에도 비슷한 풍광을 봤다. 그날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거리 신호가 바뀌더니 버스정류장 앞으로 시원스럽게 오토바이 두 대가 리어카를 끌며 지나갔다. 오토바이는 개량되어 앞은 오토바이 모양이고 뒤는 작은 짐칸에 두 바퀴가 있는 전체적으로 삼륜의 소형 트럭의 모습이었다. 이런 오토바이 한 대에 리어카 한 대를 연결한 1인용 청소차를 청소부가 운전하며 그렇게 두 대가 연달아 지나간 것이었다.

  “털 터덜 터덜 텅 텅 터덩 터덩.”

  일을 끝마쳤는지 리어카는 텅 빈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끌려가고 있었다.

  '언제부터 리어카를 끌던 모습에서 오토바이로 바뀌었을까?’


  세상이 발전하고 효율화가 진행되며 노동량은 많아져 우리를 더 힘겹게 해 왔다. 방역인도 청소부도 예전의 그들이 일했던 범위보다 더 많은 면적을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성능이 좋아진 방역장비는, 개량된 오토바이는 이들에게 족쇄가 아니고 어깨를 가볍게 해주는 도움이 됐을까?


  오토바이를 탄 도시 청소부는 형광색의 노란색 상하의를 입고 챙이 붙은 안전모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얼굴은 구릿빛이었는데 눈매에서는 웃음기가 보였다. 마스크 속에 왠지 흰 이빨을 드러냈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노동 속의 평안이 주는 웃음인지, 노동 후의 안식에 대한 기대의 웃음인지 모를 그 웃음은, 그나마 내게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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