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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재 Jul 09. 2024

출근길을 시작하며

여는 글

  나는 날마다 장위동에서 잠실로 출근한다. 

  7시 30분쯤 집을 나선다. 집 앞 사거리를 지나 버스정류장에서 짧게는 3분, 길게는 7분 안쪽으로 버스를 기다린다. 간혹 7분이 넘는 대기시간이 전광판에 표시되면 두 개의 정거장을 걸어가서 다른 버스를 이용한다. 버스는 OOO번 파란색 버스를 탄다. 5개의 정류장을 지나 지하철 돌곶이역에서 내린다. 

  버스는 완만한 경사를 오르며 두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고 직진으로 400미터를 진행한 후 사거리를 한번 더 지난다. 세 번째 사거리를 지나며 버스는 오른쪽으로 활처럼 휘어진 언덕을 오르고는 내려간다. 이어서 바로 나타나는 삼거리를 지나 멈추면 버스에서 내린다. 이곳은 돌곶이역 버스정류장보다 한 정거장 전이다. 돌곶이역에 더 가까운 돌곶이역 버스정류장은 교차로를 지난 위치에 있는데, 버스가 교차로 신호등에 걸리면 이곳에서 내린 것보다 늦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대략 9분 정도 걸린다.


  100미터 남짓 걸어 돌곶이역 계단을 내려간다. 내려가고 또 내려간다.

  대합실에 내려가 오른쪽으로 꺾어 개찰구로 향한다. 저 앞으로 보이는 모니터는 열차가 어느 역을 지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열에 대여섯 번은 열차가 바로 뒤 정거장에 있다고 알려준다. 모니터에 나타나는 열차 모양이 돌곶이 표시에 붙어 있을 때면 순간 뛰려고 하다가 그만둔다. 이미 늦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약간 가까이 있을 때는 가방을 잡고 뜀박질을 한다. 그 외에는 개찰구를 지나 오른쪽 앞으로 걸어간다.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를 지나 승강장으로 내려간다. 승강장 앞쪽 1-3번 스크린도어 앞에 멈춰 서서 지하철을 기다린다. 적당히 붐비는 열차를 타고 8개 역을 지나 신당역에서 환승한다.


  신당역에서 환승하는 사람들은 늘 많다. 지하철 출입문에서 사람들이 돌 구르듯 나와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며 무리 지어 걸어간다. 환승 통로 입구의 오른쪽에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고 나는 계단을 이용한다. 계단을 오르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와 왼쪽에 있는 상행 에스컬레이터를 이어서 타려는 사람들이 겹겹으로 줄지어 내 앞을 지나간다. 흘러가듯 부딪칠 듯 사람들 사이사이를 지나서 다시 계단을 오른다.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른다. 왼편으로 수평의 무빙워크를 이용하여 물 위를 걷는 듯한 사람들을 앞으로 보내며 100미터 남짓 걸어간다. 통로 끝에서 오른쪽으로 틀고 바로 이어 왼쪽으로 꺾어 계단을 내려간다. 정면 가운데에는 육중한 사각기둥이 서있고 왼편으로는 스크린도어와 그 앞으로 줄 선 사람들이 보인다. 기둥의 오른쪽으로 걸어 들어가 승강장 8-3번 스크린도어 앞에 멈춰 선다. 이번에는 좀 더 붐비는 열차를 타고 10개 역을 지나 잠실역에서 내린다. 지하철에서 36분 정도 시간이 흘러간다.


  잠실역 지하철 스크린도어가 열리면 좌우로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승객들은 넘쳐 나서 사람의 줄은 승강장 끝까지 이어지고 기둥이나 계단벽을 만나면 꺾이거나 사라져 그냥 뭉쳐 있는 모습이 된다. 좌우의 사람들 사이로 걸어 나가 줄이란 줄의 끝에 다다른다. 한 순간에 서있는 사람더미가 만들어진다. 닿으면 닿는 데로 살짝 부딪치거나 거리를 띄우면서 좁은 걸음걸이로 계단을 향해 밀려간다. 사람으로 가득하다. 콩 시루다. 바닷속 무리 지어 서있는 갈치 떼보다 더하다. 좁디좁은 간격, 갇혀 있는 공간, 바닷속 갈치는 이런 공간에선 살기를 거부할 것 같다. 앞사람의 발꿈치에 신경을 쓰며 계단을 올라간다. 사람 간격이 이제서야 서서히 벌어진다.

  개찰구를 지나고 대합실을 나와 5분 정도 걸어서 출근길을 끝낸다.


  버스와 지하철로 45분, 기다리거나 걷기로 20분 내외, 1시간 좀 더 걸리는 나의 출근길이다. 가끔 자가운전을 하기도 하고 한 동안 타지에서 지내기도 했지만 나의 출근길은 늘 이랬다. 1년 365일 중 250여 일을 이렇게 출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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