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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Aug 03. 2020

무슨 질문을 해야할까?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를 읽고

나는 왜 질문하지 못했을까?


 살면서 얼마나 많은 질문을 했던가? 학교에서, 회사에서, 사회에서 질문은 늘 어려웠다. 잘 모르고 있는게 들통날까 두려웠고, 엉뚱한 질문을 하고 비난 받을까봐 두려웠다. 상대방이 혹시 불편해할 질문이 아닐까하는 걱정까지 했다! 참 별의별 걱정 때문에 질문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하고 가슴속에 쌓여갔다. 질문이라는 말에 고개부터 숙이고, 도망가기 일쑤였다. 왜, 질문이라는 말만 들으면 그렇게 약해졌던 것일까. 나만의 문제였을까?


 가부장적인 가정, 권위적인 선생님들, 대세를 따르지 않으면 유별나다는 딱지를 붙이는 우리 사회 전반이 소심했던 나를 더 소심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정치적, 종교적 색을 드러내면 편을 가르는 사회에서 차라리 아무 편도 안드는게 살기 편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그냥 묻어가는게 좋은 것이라고,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데 그렇게 똑같이 사는게 좋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말이다. 그게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을 즈음 나는 이미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나처럼 크지 않았으면 하는 절박한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어떻게, 무엇을 해야할까? 


왜 질문해야 하는가?


 그런 고민 가운데 함돈균 작가와 폴김 교수의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를 읽었다. 폴김 교수를 처음 본 것은 유튜브였다. 전교 꼴찌 출신 스탠포드 교수의 교육이라는 제목이 붙은 영상이었는데, “질문하지 않는 사회가 무서운 사회다.”라는 그의 첫 말부터 영상에 빠져들었다. 우리 사회는 질문이 많지 않다.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권위 앞에 입을 다문다. 그런데 혁신을 바란다. 혁신은 질문없이 일어나지 않는다.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어떤 힘이 사과를 잡아당기는 거지?”라는 질문을 던졌다. 라이트 형제는 “우리는 왜 날지 못하지? 어떻게해야 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나치는 일들, 그리고 불가능하다며 무시하던 이슈들을 끝까지 파고들었다. 근본적인 질문들은 기존의 시스템에 도전하고, 그래서 큰 저항을 받는다. 하지만 그런 큰 저항을 넘고 나면, 사회에 아주 커다란 파급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질문하지 않는 사회는 고통도 고통인줄 모르고 산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나 개발도상국의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병에 걸리고, 배고파 죽고, 얼어 죽고, 총 맞아 죽는 상황을 일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항상 그랬고, 원래 이렇게 죽는 것이라 생각하며 기대수명 40세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게 어떻게 일반적인가? 슬픈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위이다. 2018년 기준 10대의 자살률은 전년대비 22.1%가 증가했다고 한다. 2020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행복지수는 153개국 중 61위를 차지했다. 작년 보고서보다 7단계 하락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대로 괜찮은걸까? 우리 아이들은 정말 괜찮은 것일까?


 우리의 교육은 지식의 가르침에 집중되어 있다. 나도 어릴 때 많은 양의 교과서와 문제집을 외우며 컸지만, 요즘 아이들은 나때와는 비교하기도 힘든 것 같다. 더 어릴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문제집을 풀고 외워야 한다. 국어뿐 아니라 영어도 잘해야 하고, 1인 1악기는 기본에 운동과 미술까지 겸해야 한다. 끊임 없는 학원 러쉬에 쉴틈이 없다는 아이들은, 틈만 나면 온라인 게임에 빠져든다.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수많은 지식을 채워넣기 조차 벅찰듯 싶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내 숨이 다 막혀온다. 


 폴김 교수는 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믿고 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르칠수록 학생의 학습 잠재력은 줄고, 자기 능력을 내적인 힘으로 스스로 향상시킬 힘을 잃게 된다고 한다. 스스로 깨우치게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끊임없이 질문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교사가 되고 싶으면 티칭하지 말고, 질문을 던지거나, 문제를 보여주거나, 감동이나 영감을 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스스로 깨우쳐 탐구하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코칭은 자기가 아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 대신, 학생들 하나하나의 특성이나 자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자주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적절한 처방전을 주고, 자신감을 갖고, 자신이 나아가려는 분야에서 신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 방식도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 아닐까? 


 똑같은 지식을 주입받고, 등수를 매겨 경쟁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키워 개인에게도 세상에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으로 변화되면 좋겠다. 그저 이렇게 글로만 얘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책의 저자인 함돈균 작가도 이렇게 얘기한다. ‘한국 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물리적으로 성장을 해왔는데 교육이 학습자 개인에 대한 개별적 관심과 성장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이 완고한 답습 체제란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포켓 스쿨, 외계인 교수법, 그리고 SMILE


 폴김 교수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아이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을 얼마나 많이 연구했는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선교활동으로 갔던 멕시코의 어느 마을에서 그는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 아이들은 원주민 자녀들이었는데, 일자리를 위해 도시로 나온 그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저녁까지 오이밭이나 토마토 밭에서 일하고, 하루 3~4달러 정도의 수당을 받았다고 한다. 절대 깨질 수 없는 악순환 처럼 보인 그 상황을 보고, 그는 교육을 통해 자기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몇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학교도 선생님도 없는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렇게 시작된 질문으로 그는 ‘포켓 스쿨’을 만들게 된다. 작은 기기 안에 컨텐츠를 넣어 그 기기를 통해 스토리를 듣고, 그 안의 단어들을 공부하고, 음악과 노래를 따라하며 그들에게 필수적인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는 기기 사용법을 일일이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 ‘외계인 교수법’으로 아이들에게 기기를 전달했다. ‘나는 이 기기들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너희가 무척 똑똑하다는 소문을 들어서 여기까지 왔어. 나를 도와줄 수 있니?’ 그러면 아이들은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분석해보고 알려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라며 자기들끼리 기계를 분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안에 뭐가 들었나 열어보기도 하고, 땅에 갈기도 하고, 던져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몇 개 기기는 부서지기도 했단다. 그래도 그는 개입하지 않았다. 어떤 한 아이가 파워버튼을 3초간 누르고 켜는 법을 발견할 때까지 말이다. 기기에서 소리도 나오고, 영상도 나오면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각자 발견한 것을 서로에게 알려주며 아이들은 그 속에서 배움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이 ‘외계인 교수법’은 학습자의 자율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법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가 실제 그런 능력이 있는지 상관없이 그걸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이런 믿음 안에서 아이들은 자율적 능력을 구현하게 된다. 보통 스승은 지식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식이 많은 교사가 학생에게 다 가르쳐주는 것은 오히려 학생을 바보로 만드는 길이라고 한다. 지식을 가르치려 하기 보다, 아이에 대한 믿음의 힘이 더 큼을 잊지 말아야 겠다.


 폴김 교수는 ‘포켓 스쿨’에서 나아가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프로젝트로  ‘SMILE (Stanford Mobile Inquiry-based Learning)’을 실행하게 된다. SMILE은 질문을 잘하고, 많이 하고, 양질의 질문을 계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위해 나온 프로그램이다. 그는 전기나 인터넷이 없는 곳에서도 SMILE 프로젝트를 통해서 아이들이 양질의 수업을 경험할 수 있고, 그 아이들이 생산한 여러 질문을 모아 분석도 하고, 질문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며, 어떤 질문을 적절하게 잘 했는지도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는 개발도상국을 돌아다니며 프로젝트를 하다보니, 삶의 고통 속에서도 변화 의지가 없는 이유가 현재 문제점들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SMILE 프로젝트를 실제로 실행하면서 그는 생각이 차츰 변화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아르헨티나 시골 지역에서 아이들에게 ‘문제가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아이들은 ‘우리 사회는 자살률이 높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왜 그런지 물으니 여기에는 직업도 없고, 어른들이 생산적인 일을 잘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원주민에 대해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별로 없어 소외 계층으로 살아왔다고 이야기 했다. 개발도 없고, 고용도 잘 안되다 보니 부모들이 알코올 중독도 많고, 건강에 대한 인식도 낮아 정크 푸드를 많이 먹어 고혈압, 당뇨 등의 병이 많다고 말했다. 스스로 질문을 통해 자신들의 문제점을 알아낸 것이다. 질문을 통해 자신들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된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 


 SMILE 프로젝트에서 질문을 만들 때, 좋은 질문을 만들도록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처음 시작할 때 아이들은 주로 단답형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누가 대통령인가, 언제 독립했는가 등 단순 질문, 주입식 교육에서 나올 질문들 말이다. 하지만 계속 질문을 만들어가면서 어떤 질문이 괜찮은 질문인지 서로 토론했다. 그리고 ‘원래 그랬어, 항상 그랬지.’ 가 아니라, ‘저 상황이 과연 맞는 건가, 저게 정의로운 건가, 법적으로 합리적인 건가?’라는 질문까지도 하게 됬다. 


 에티오피아에서 6개월, 1년 후 아이들의 질문을 살펴보니, ‘왜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된 거지? 과연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야? 우리의 헌법은 우리의 인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어?’ 이런 질문을 하는 수준까지 되었다고 한다. 폴김 교수가 느꼈을 가슴 벅참과 뿌듯함이 나에게까지도 전해졌다. 


 좋은 질문, 괜찮은 질문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는 스탠퍼드 수업에서도 논문을 주면서 ‘문제 세가지를 만들어 와’라는 과제를 낸다고 했다. 논문 하나만 읽고 질문을 만들 수도 있지만 그러면 별 두개나 세개밖에 받지 못한다고 한다. 별 다섯개를 받으려면 기존 논문 외에도 다른 논문과 관련 논문 여러개를 읽고, 리서치를 많이 해야하는 것이다. 그랬을 때 학생들이 상당히 창의적이고 복합적이면서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질문들을 만들어 별 다섯개를 받게 된다고 한다. 


 질문 중심의 SMILE 프로젝트는 초등학생이든 스탠퍼드 학생이든 기업 경영자든 상관없이 고등 사고력을 요구하는 질문을 만들어냈다. 질문 한가지 만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하니,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맥락이 있는 선의 활동


 ‘나는 사회에 어떠한 기여를 하고 있는가? 나의 활동이 세계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가?’ 폴김 교수의 활동들은 아마 이런 질문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그는 앞으로 대학들도 ‘세계적인 영향력(global impact)’에 따라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정말로 세계에 기여한 바가 있는가? 그런게 없는데 왜 글로벌 대학인가?’ 그럴듯한 건물과 멋진 캠퍼스가 더이상 자랑일 수 없다. 배출된 학생들이 얼마나 인재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사회 발전을 이루어 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그가 사회를 위해 이루어온 활동들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는 실제로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 등의 저개발 국가들을 돌아다니며 교육의 혁신을 위해 애써왔다. 대학교에서 책보고, 강의하고, 논문만 쓰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회의 문제들에 부딪혀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이다. 그는 도시의 슬럼 지역, 벽지, 농촌이나 빈민 지역으로 들어가 교육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위해 애써왔다.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그가 강조하는 것은 ‘맥락화’였다. 맥락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선한 행동도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하였다. 어느 NGO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잔뜩 책을 보냈는데, 현지에 가보니 아이들이 그 책을 요리를 위한 땔감으로 썼다고 했다. 보내온 책들도 신데렐라 같은 그들의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책들이 많았다. 어떤 단체에서는 신발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신발을 컨테이너로 잔뜩 보내왔는데, 그 결과 그 동네 신발을 만들던 영세상인들이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고 했다. 


 어떤 때는 인도의 농촌 지역에 아이들 교육을 위해 들어갔는데, 부모들이 아이들을 교육시키지 말라며 오히려 내쫓는 경우도 있었다. 공부시켜 아이들이 도시로 나가면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어진다며 말이다. 게이츠 재단에서는 무료로 에이즈 약을 나눠주는데, 그 약을 먹으려면 음식을 충분히 섭취해야 했다. 하지만 그 곳 사람들은 먹을게 없어서 아무리 약을 줘도 먹으면 다 토해버렸다고 한다. 사람들이 와서 도와준다고 했다가 시설만 설치해 놓고, 사후 관리가 안되어 버려진 시설들도 많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이 맥락없이 한 활동의 결과라고 그는 말한다. 돈을 그냥 주는 것도 문제해결이 되지 않았다. 그냥 돈을 주는 경우, 그들은 ‘또 뭐줄건데?’라는 마음을 가졌다. 스스로 자율권을 받아 자기 자신을 돕도록하지 않는다면 도움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었다. 엘살바도르 시골 마을의 학교에서는 정부에서 보내준 컴퓨터가 있었는데, 하나같이 플러그가 뽑힌 채 사용되지 않았다. 쓰다가 고장이라도 낼까 두려워 사용하지 못했단다. 


 그가 선교활동을 갔던 어느 지역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한 목사님이 그 곳의 아이가 너무 불쌍해보여 자기도 모르게 1달러를 꺼내 쥐어주었다. 순간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그 아이를 끌고가서 때린 후 그 돈을 빼앗아 갔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목사님도 당황하고,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었다.


 이 이야기들을 듣는 동안 너무 현실적이라 황망했다. 정말이지 나는 순진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선한 행동을 하려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선한 행동이라 생각했던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일자리를 잃은 영세상인들, 친구들에게 맞고 돈도 빼앗긴 아이, 여전히 학교에 가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굴레. 전쟁터의 아이들이 겪는 일들은 감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그래서 폴김 교수는 선의 활동을 할 때는 맥락화를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진심으로 충고했다. 현지 사정과 관습을 존중하고,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항상 배려하는 마음을 품고 있어야 한다. 선의 활동은 기부나 봉사활동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좀 더 신중하고 배려있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가 교육과 천일스토리


 그렇다면, 그는 어떤 활동들을 해왔을까? 처음에는 포켓스쿨, SMILE 프로젝트를 들고 저개발 국가에 들어갔던 그는 점차 아이들 교육만으로는 현실 변화에 한계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기초문자 독해와 수리력 등의 교육을 하고, 비판적 사고를 키워 생각하는 아이로 자라도록 해도 직장이 없어 공부가 쓸모 없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직업 창출까지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는 한 지역에 직접 돈을 투자해 믿을 만한 할머니께 돈을 관리해달라고 부탁했다. 100달러, 200달러씩 사람들에게 주면 그들이 쓰레기장에서 헌옷이나 물건을 주워와 고친 다음 중고 시장에 나가 팔았다. 한 친구가 200달러로 음료수를 팔기 시작했는데, 2천 달러가 넘는 가게가 되어 빌린 돈을 갚고 다른 사람에게 또 기회를 주었다. 그는 이런 활동을 하며 창업가 정신 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깨달았다. 그래서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비디오로 만들어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활성화시켜왔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었다. 아르헨티나에서 활동을 하며,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기존의 단체나 기관들의 힘을 키워 스스로 커뮤니티를 돌보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쪽 NGO에게 직접 모금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대신 다양한 매체 기자들을 불러 컨퍼런스를 열어주었다. 그리고 교육을 통해 활동에 참가할 일종의 씨앗들을 모았다. 이렇듯 그는 현지 사람들이 스스로 참여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가 2009년 시작한 천일스토리 이야기는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2008년쯤 방문한 르완다에서부터 시작한다. 폴김 교수가 르완다에 갔을 때 그 지역의 아이들은 전기도 없고, 물도 제대로 없어 빨래나 목욕도 없이 살고 있었다. 참담한 심정이었던 그에게 떠오른 생각은 그 아이들에게 롤모델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메세지를 전달할 책을 고민하다가 ‘천일 스토리’를 떠올리게 된다. 


 마을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 그는  아이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기뻤던 일, 슬펐던 일, 누군가를 용서했던 일 등에 관해 이야기를 적고, 휴대전화로 이야기한 것을 녹음하여 통역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슬프고 심각한 폭력성을 포함하고 있었다. ‘나는 고아였는데 계모가 뜨거운 물을 부어서 나를 죽이려고 했고, 구덩이에 밀어서 빠뜨렸어요. 또 뜨거운 물을 부어서 화상을 입었어요.’ 등등 고통과 폭력이 강하게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라 스토리를 고르기 어려웠다고 그는 이야기 한다. 


 여러 이야기를 모아 잘 완성된 스토리를 선정해 아이들에게 상도 주고, 학비도 제공해주고, 이야기들을 출판해서 그 책을 아이에게 다시 주었다. 그렇게 그는 가는 곳마다 스토리 텔링 워크숍을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모았다. 


 르완다의 HIV-에이즈 소년에 대한 이야기, 우간다 소년 군인에 대한 이야기, 난민촌에서 받아 온 스토리, 팔레스타인 가자에서 받아 온 이야기, 인도의 바하르 같은 벽지에서 받아 온 불가촉천민 이야기, 멕시코 분쟁 지역에서 받아 온 스토리,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국경에 살고 있는 원주민에게서 받아 온 스토리, 모든 이야기를 번역하여 영어와 그 나라의 말로 책을 다시 출간하여 그 아이들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 스토리들은 다른 나라에 가져가 다른 아이들이 읽게 하였다. 


 이 모든 과정은 ‘시즈 오브 임파워먼트(Seeds of Empowerment)’라는 단체의 자원봉사자들의 의해 이루어졌다. 우리는 때때로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에게 위로받곤 하지 않던가. 작게 시작한 그의 활동들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나또한 바래본다. 


무슨 질문을 해야할까?


 질문은 더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미래의 학교는 티칭이 아닌, 코칭을 하는 곳이 될 것이다.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티칭이라면, 질문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것이 코칭이다. 질문은 불안한 하루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 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협 받으며 살아가는 저개발 국가, 혹은 전쟁 지역의 사람들이 해야하는 절박한 시도이자 해방구가 될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 같았던 나를 다시금 바라본다. 나는 무슨 질문을 세상에 던져왔던가? 이제는 외면하고 숨지말고, 끝까지 질문해보고 싶다. 왜 세상은 불평등한가? 우리는 왜 불행하다 느끼는가? 나는 사회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기회가 된다면 시즈 오브 임파워먼트 활동에도 참여해보고 싶다. 폴김 교수의 이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 같다.


 ‘내게 창피함은 잠시일 뿐, 영원한 것은 변화를 만들어내겠다는 열정이었다.’


 미래 교육에 관심있는 분들 모두에게, 이 책을 꼭 권해보고 싶다. 진정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들에 마음에 큰 울림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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