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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10. 2020

첫눈에 반한 첫눈

#10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

매혹(魅惑) 또는 황홀경(恍惚境_Estasi)이란 이런 거..!!


우리가 미켈란젤로의 도시 피렌체서 살 때 자주 들리는 곳이 있었다. 우리가 사는 집은 까뻴레 메디체(Cappelle Medicee) 바로 앞이었으므로 피렌체 중심지역이었다. 집에서 나서면 코 앞에 까떼드랄레 디 산타 마리아 델 퓌오레(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가 있었다. 대체로 우리의 동선은 집에서부터 대략 10여분이면 당도할 수 있는 아르노 강(Fiume Arno)이었다. 바쁘게 다닐 필요가 없으므로, 유명 상표가 즐비한 골목을 따라 구경을 하다 보면 30분은 훌쩍 지나게 된다. 



지난 여정에 만난 풍경 셋




아침 운동을 할 때면 몰라도 아침나절 혹은 초저녁의 우리 동선은 주로 시내를 한 바퀴도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때 자주 만나는 곳이 삐아사 델라 레푸브리카(Piazza della Repubblica) 혹은 관광객들이 늘 붐비는 삐아싸 델라 시뇨리아(Piazza della Signoria)를 관통하게 되는 것이다. 그곳 시뇨리아 광장에 가면 짝퉁 다비드 상과 그리스 희랍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모습을 새긴 대리석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내게 흥미를 끈 작품들은 바다의 신 넵튠(Neptune)과 제우스신의 아들 페르시우스(Perseo)에게 목이 잘린 메두사(Medusa (mitologia))였다. 그중 외출 때마다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페르시우스가 들고 있는 메두사의 머리였다. 벌거벗은 몸으로 가릴 곳도 안 가린 채 한 손에 칼을 들고 있는 페르시우스는 왼손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메두사의 머리를 추켜든 채 사람들에게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까이서 본 페르시우스 상의 메두사는 청동으로 만들어져 있고, 메두사의 머리에는 뱀들이 마구 뒤엉켜 있는 흉측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메두사가 죽기 전까지 세상에 남긴 신화 몇 가지 중에서, 메두사가 페르시우스에게 목이 잘리기 전까지 과정을 그린 나무 위키의 이야기는 이러하다.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는 메두사에 대해 약간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오비디우스에 따르면 메두사는 인간의 범주를 넘어설 정도로 관능적인 미녀였는데 특히 머리카락이 아주 매혹적이었으며, 아테나(미네르바) 여신을 섬기는 신전의 무녀였다. 그런데 그녀의 아름다움과 색기에 취한 포세이돈(넵투누스)이 그녀를 강간했다고 한다. 이것이 처녀 신인 아테나에게는 엄청난 신성모독이었지만 강대한 힘을 가진 포세이돈에겐 반기를 들 수 없어 아테나는 메두사에게 저주를 내렸는데.. 결국 그녀는 마주치는 순간 돌이 돼버리는 눈, 뱀 머리칼을 가진 괴물이 된다



본격적인 돌로미티 첫눈 속으로




메두사는 아테나 신의 저주를 받아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잃는 대신 흉측한 괴물이 된 것이다. 그런 그녀를 누군가 마주치는 순간 돌이 되어버리는 눈과 머리카락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므로 누군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일찌감치 피하거나 아예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메두사의 이야기는 두 가지 운명을 산 것으로 기록된다.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여성 그리고 괴물로 변해 사람을 돌로 만드는 마법을 지니게 된 것이다.  



나는 여기서 전자의 경우의 수에 등장한 매혹적인 아름다움 혹은 황홀경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있는 것이다. 매혹적이란 말은 자기의 의사와 의지에 반한 것으로 타인 혹은 타로부터 발현된 느낌으로 말할 수 있다. 우리가 가끔씩 사용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라는 표현이 그럴 것이다.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그러하지 않을까..   



그런데 한 술 더 뜨면 황홀경이란 말도 있다. 어원의 근저에는 약간은 에로틱한 풍경도 등장하지만, 매혹적인 표현과 약간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우리를 황홀하게 만드는 것은 약물도 있으므로 당신의 선택일 수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황홀경에 이른 느낌은 매혹적인 사건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메두사의 흉측한 얼굴을 마주친 것처럼 한 순간 오감의 판단은 마비되어 버리고 돌처럼 굳은 표정으로 입만 벌린 채 한 곳만 주시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메두사가 저주를 받기 이전까지의 모습에 반한 사람들의 느낌이 대략 그러할 거 같다. 



오늘은 반공일(?).. 주말에 짬이 생긴 것도 비루스 덕분이다. 빌어먹을 비루스 때문에 평온했던 이탈리아 남부 지역에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생긴 것이다. 시내 곳곳에는 경찰차량들이 지키고 서 있다. 말 안 듣는 시민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이탈리아 보건당국의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풍경들을 보니 비루스를 메두사 대하는 듯하다. 이때 아름답지도 못한 비루스의 저주(?)를 벗어나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포스트를 길게 끼적거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돌로미티에서 만난 황홀경을 만나 보는 것. 하니와 나는 아론조 디 까도레로 향하는 계곡 속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황홀경을 맛보며 구속을 자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글쎄다.. 이게 끝이었으면 관련 연재 글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을 계속 이어나갈까.. 다음 편을 기대해도 좋다. 곧 메두사가 저주를 받기 전의 매혹적이자 황홀한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 당신의 시선이 돌로 변하듯 황홀경에 빠져도 책임 못 진다는 거.. ^^



영상, 하니의 카메라에 수록된 첫눈 사진 중에서



la prima neve sulle Dolomiti in Septtembre
il Nostro Viaggio Italia settentrionale con mia moglie
il 10 Otto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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