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19. 2020

첫눈, 뜨레치메 디 라바레도 가는 길

#14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

인생은 짧고 첫눈은 영원하다..?!!



접니다..!! 세월 참 빠르다. 서기 2020년 9월 27일 토요일 오후 12시 43분경, 내가 찍은 나의 사진.. 첫눈이 오시면, 누렁이와 함께 뒹굴던 개구쟁이. 하루 종일 추운 줄도 모르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공부보다 노는 게 더 좋았던 아이. 그 아이가 이순(耳順)을 넘겼지만.. 첫눈이 오시면.. 여전히 이러고 논다. 세월이 겉모습을 변하게 만들지만, 마음은 여전하다. 바꾸어 말하면, 세상의 공부가 바꿀 수 있는 게 없다. 오히려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할 뿐이다. 공부를 가르치지도 말고 하지도 말아야 할 것. 물론 나의 주장 사실이다. 어느 날, 첫눈이 나에게 준 깨달음이다. 바뀐 놀이터.. 인생은 짧고 첫눈은 영원하다..!!


지난 여정 바뀐 놀이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월은 정말 빠르다. 엊그제 유년기를 보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초로(草露)에 접어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 속도를 나이에 견주어 30대는 시속 30킬로미터에 50대는 50, 60대는 60, 70대는 70 킬로미터의 속도가 느껴진다고 한다. 고속 주행이 일상이 된 고속도로 위에서는 거의 속도를 느끼지 못할 정도이지만, 나이는 그 누구라도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우리네 삶을 초로인생(草露人生)에 비교했다. 풀잎에 매달린 이슬처럼 덧없는 인생이자 총알처럼 저 세월 속으로 사라진 삶을 비유한 것이다. 내가 그렇고 하니가 그러하며 동년배의 사람들이 그런 모습이다. 특히 초로에 접어들면 고속으로 주행하는 속도 못지않게 해야 할 숙제들이 주어진다. 


하늘의 내린 운명에 반하여 자진(自盡)할 것이라면 몰라도, 당신의 삶을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때는 대략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시작으로 이순(耳順)에 접어들면 시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내 생각이다. 따라서 연재 중인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 편에서는 인생은 짧고 첫눈은 영원하다는 화두로 포스트를 이어간다. 먼저 첫눈, 뜨레치메 디 라바레도로 가는 길 영상을 참조하시라. 사진과 영상만 보고 싶은 독자에게 유용할 것이다. ANDIAMO..!!




첫눈, 뜨레치메 디 라바레도 가는 길




인생은 짧고 첫눈은 영원하다


희한한 일이었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2박 4일 동안의 짧은 일정의 돌로미티 여행 중에 만난 일은 평범하지 않았다. 조수석에 앉은 하니는 짬짬이 우리가 돌로미티로 오던 길에 만난 들불을 이야기했다. 마치 꿈을 꾼 후 해몽을 하듯이 장차 우리 앞에 나타날 징조를 보는 듯했다. 


그래서 하니가 불길한 징조를 말할 때마다 나는 호사다마(好事多魔)를 말하며 위로하곤 했다. 주지하다시피 호사다마란, 흔히 좋은 일에는 방해되는 일이 많다는 사자성어이다. 좋은 일에는 마(魔)가 낀다는 말이다. 따라서 경험상 이런 일이 생기면 매사에 조심을 하는 게 좋았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말과 다르지 않은 것. 이때부터 내가 주의할 일은 자동차 운전이었다. 19박 20일 동안 이어진 돌로미티 투어에서 4,000킬로미터를 주행했다면, 단지 2박 4일 동안의 일정에 2,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주행을 했던 것이다. 나쁜 일이 끼어들 경우의 수가 가장 큰 곳이 장거리 운전이었다. 



그리고 장차 우리 앞에 닥칠 좋은 일이 무엇인지 오감을 곤두세우고 관찰한 결과 호사다마가 옳았다. 나는 이때부터 호사다마를 즐기는 한편,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젖 먹던 힘까지 다 동원했다. 집 앞에 주차를 해 둔 다음 비로소 마음을 놓게 되었으며 피로가 급습했다. 그 과정들이 돌로미티에서 공수해온 차마 잊지 못할 첫눈 풍경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날 아침, 치비아나 디 까도레(Cibiana di Cadore)를 출발해 볼일을 본 다음 아우론조 디 까도레(auronzo di cadore)로 향했던 것인데 첫눈에 마음이 빼앗겨 뜨레치매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 바로 코 앞까지 진출한 것이다. 



위 여정이 그려진 자료사진을 참고하면, 불과 71킬로미터 남짓한데 우리가 담아온 첫눈의 풍경은 실로 방대한 것이다. 귀한 풍광 때문에 느리게 가다 서다를 반복했으며, 계곡 좌우로 펼쳐진 풍광들이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난생처음이었다. 



위 자료사진은 가을맞이를 하려던 돌로미티 산군에 갑작스럽게 첫눈이 오시는 바람에, 가을도 겨울도 아닌 어정쩡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풍경은 처음 보는 풍경이자 가슴에 품고 있었던 내가 꿈꾸던 그곳이었다. 


자료사진 뒤로 보이는 뾰죽하고 거대한 바위산이 돌로미티의 대표선수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의 위용이다.


오염원 없이 해맑은 숲과 옥수같이 투명한 맑은 물과 숲을 껴안은 거대한 바위산..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그중 돌로미티의 맑은 물은 가는 곳마다 나를 유혹했다. 물의 순환과 우리네 인생.. 누가 영원을 꿈꾸지 않겠는가..! 



우리가 첫눈에 홀딱 빠진 것도 알고 보면 우리 내면에 덧입힌 욕망의 발현 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우리도 첫눈이 되고 싶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우리도 다시 태어나고 싶었는지 모를 일..!!



자연의 현상을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건만 첫눈만 오시면 천방지축 나대치는 꼴을 참조하면,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 때 첫눈의 현상을 DNA 깊숙이 심어놓았을 것 같다. 조물주 가라사대 "내가 비록 너희들을 사정상 낙원에서 잠시 추방하나, 너희들은 곧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리니..!!"라고 말이다. 



우리가 돌로미티를 떠나온 직후 그곳은 새하얀 눈 속에 파묻혀있었다. 풀 먹인 이불 홑청을 빨랫줄에 잘 말려 토닥토닥 다듬이질을 잘한 것처럼 돌로미티는 새하얀 이불을 덮고 잠자리에 들고있었다. 우리가 지난여름에 봤던 풍경들 모두 이불 홑청 아래서 단꿈을 꾸는 것. 돌로미티는 긴 잠에 빠졌다가 오뉴월이 돼야 꼼지락꼼지락 새 아침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때 돌로미티는 살며시 살포시 이불을 걷어내고 하품을 하게 될 것. 새하얀 눈은 옥수로 바뀌어 돌로미티 노랑꽃양귀비를 깨울 것이다. 그리고 풀꽃들이 대합창을 부를 때쯤 돌로미티를 하얗게 뒤덮고 있던 하얀 눈은 뭉실뭉실 새털 같은 구름으로 하늘을 떠돌 것. 그리고 메마른 돌로미티 곳곳을 촉촉하게 적실 게 아닌가. 하니와 나는 그 직후 돌로미티를 다녀왔다. 첫눈의 일생은 이렇듯 드라마틱한데.. 글쎄다,.. 우리 인간만 어느 날 눈을 감으면 그만이라고라고 라..!!ㅜ 




"낙원에서 잠시 추방할지라도..너희들은 곧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리니..!!"



"아.. 존경해마지않는 조물주 님, 그 말씀이 맞아요 마자.. !!"



인생만 짧고 첫눈만 영원하다면 얼마나 속상할까.. 첫눈은 물의 속성상 동일한 사이클을 반복하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의 속성은 무엇이란 말인가. 똥물과 시궁창 물 등 오염된 물 조차 종국에는 정화수로 변하여 비를 내리고 또 우박을 내리거나 함박눈 등을 펑펑 쏟게 된다. 



인간들도 상대적으로 나쁜 넘과 좋은 넘 그리고 드런 넘 등으로 구분되나, 종국에는 모두 좋은 넘으로 팔자를 바꾸고 태어날까.. 영원할까.. 그러하다면 조물주는 당신이 만들었다는 인간을 상대로 너무 가혹한 형벌을 내린 건 아닌지. 아마도 이런 경우의 수 때문에 단테는 신곡(神曲, La Divina Commedia)을 쓰면서 조건을 붙였겠지..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 



비록 당대의 교황청이 풍긴 질 나쁜 정치 냄새가 솔솔 풍겼지만, 그럴싸했다. 그래야 요즘 대한민국을 힘들게 하고 있는 떡검과 국민의 짐 등 적폐 세력들이 회개를 할 게 아닌가. 연옥은 속죄자들이 자신의 죄를 깊이 통찰함으로써 정화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곳이므로, 대한민국의 일부 개독교들의 주장 사실(예수천국 불신지옥)과  많은 차이를 내포하고 있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초로인생에 슬퍼하는 사람들이나 나이가 빛의 속도로 사라진다고 해도 누구 하나 눈 깜빡하지 않을 것 같다. 그때가 도래하면, 그것을 깨닫는 사람은, 그런 사회가 존재한다면, 그런 나라가 지구별에 가득하다면.. 그때는 첫눈처럼 우리도 영원해질 게 아닌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돌로미티의 첫눈이 내게 일러준 영감이다. 



"낙원에서 잠시 추방할지라도.. 너희들은 곧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리니..!!"

Anche se per un attimo esiliate dal paradiso.. voi ragazzi tornerete presto..!!


La prima neve sulle Dolomiti in Septtembre
il Nostro Viaggio Italia settentrionale con mia moglie
il 19 Otto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바뀐 놀이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