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바를레타 재래시장 풍경
마스크는 언제쯤 벗을 수 있을까..?!!
서기 2020년 11월 3일(현지 시각) 오전 10시경,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바를레타 재래시장을 다녀오게 됐다. 하니를 한국으로 떠나보내고 처음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평소 같으면 이틀에 한 번쯤은 들렀을 텐데.. 하니의 그림 수업이 시 중단되고..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부터 독일 프랑크 프루트 공항까지 이어진 장거리 주행의 여독 등이 주로 방콕을 하게 만든 것이다. 거의 매일 운동과 산책으로 다니던 바닷가의 외출도 삼가였다. 꼼짝하기 싫었다. 대략 1주일 동안 우울했던 것일까..
잠시 슈퍼마켓에 다녀올 때도 마스크를 착용했고 어떤 이유에서든지 집 밖을 나가면 마스크를 착용했다. 솔직히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마스트를 착용하고 선글라스를 끼면 숨을 쉴 때마다 안경에 뽀얀 김이 서리곤 했다. 그때마다 마스크를 고쳐 쓰거나 안경을 머리 위로 올리곤 했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란 걸 안다.
이탈리아에서는 봄철의 코로나비루스 확진자 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을철에 더 극성을 부리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자 확진자 수는 28,244명에 이르고 사망자 수만 353명으로 최종 확인됐다.(Coronavirus in Italia, il bollettino di oggi 3 novembre: 28.244 nuovi casi e 353 morti) 사정이 이러하므로 그 먼길을 마다 하지 않고 하니를 코로나 청정지역 한국으로 피신시키게 된 것이다.
지내놓고 보니 그때 적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 같다. 너무 슬펐던 것이다. 마치 생전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거기에 나도 모르게 쌓아온 회한까지 덩달아 부채질했다. 특히 중단된 하니의 그림 수업이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벼르고 또 별렀던 그림 수업이 중단되면서 하니는 금세 집을 나서지 못하고 당신이 그린 그림들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울컥했다.
먼 길을 떠나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빠른 시간 내에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었다. 기온이 떨어지면 더욱 기승을 부릴 거라는 보건 당국의 발표대로라면 하니는 3월이 돼야 귀국할 꿈을 꾸게 될 것인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먼 길을 떠났지만 하니가 남기고 간 흔적들 때문에 마음은 좌불안석..
그게 1주일을 흘려보내게 된 것이다. 이때까지 나는 하니와 함께 걸었던 재래시장은 물론 바닷가와 집 앞 공원까지도 걸음을 옮기기 싫었다. 하니가 자꾸만 떠올랐다. 사흘 전 공원에 들러 빈 장의자를 사진에 담아 하니에게 보냈더니.. 하니의 어깨가 들썩이는 느낌이 강하게 돌아왔다. 침묵만 흘렀다.
기분전환이 필요했다
그런 잠시 후 대략 1주일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아침 작은 손수레를 끌고 바를레타 재래시장으로 걸음을 옮긴 것이다. 참 잘한 일이었다. 재래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활기가 넘쳐났다. 제철 과일과 채소가 싱싱하고 울긋불긋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요리사의 눈에 비친 식재료들은 곧 손수레를 가득 채웠다.
이날 내가 구입한 채소와 과일은 감자 2kg, 포도 2.5kg, 귤 3kg, 치메 디 라파(cime di rapa_Brassica rapa sylvestris) 2kg, 홍시 2kg 모두 합해 10유로도 채 안 되는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이었다. 시장은 잔치집처럼 떠들썩했으며 잠시 장을 보는 동안 기분이 나아지고 있었다.
그런 한편, 시장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우려했던 일이 다시 되살아났다. 잠시 기분이 전환되는 듯싶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장을 보고 있는)하니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걸 트라우마라고 말할까.. 가난했던 시절, 유년기 때 어머니를 따라 시장을 가 보고 싶었지만 어머니는 극구 말렸다. 7남매가 우글 거리는 한 지붕 아래서 편애란 형제간의 우애를 헤치는 일이었다.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가면 어머니를 졸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맛있는 것을 사 달라고 할 것이며, 이를 거부하지 못하는 모성은 결국 사탕 한 개라도 입에 물릴 것이다. 그때 어머니는 "쉿! 절대 말하면 안 돼!!"라고 말했지만, 철없는 녀석이 고개만 끄덕였지 그게 비밀로 지켜질 리가 있겠는가. 그때부터 너도 나도 엄마가 장을 보러 가면 '줄줄이 사탕'처럼 따라나서는 풍경이 연출되는 것. 아무튼 이런 나의 심정을 헤아리기도 했는지 오늘 새벽에 하니가 큰 봉지에 소복이 하얀 쌀을 깨끗이 씻어놓은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났다. 희한한 일이었다. 하니가 그때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그 심정을 그녀가 남겨둔 빈자리에 이렇게 썼다. 끝!
글을 끼적거리는 조금 전 하니는 전화기 너머에서 밝은 목소리로 "현관문 잠금장치에 배터리가 떨어진 것 같아.. 어떡하지"라며 사진을 전송해 왔다. 우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배터리도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나 보다. 그러나 그건 중요치 않아. 당신이 너무 먼 곳에 있어..!!
영상, 활기찬 바를레타 재래시장 풍경
Una vivace scena del mercato di San Nicola, Barletta
il 03 Nov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