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남미 여행, 또레스 델 파이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에 저울질을 하는 사람들의 현주소..?!!
"빨리 오라니까..!! ㅜ"
"알았어. 금방 뒤따라 간다니까..!"
하니와 나의.. 길 위에서의 대화는 이렇게 파타고니아 여행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가까워지면 멀어지고 다시 또 추월하고.. 우리는 이른 아침 야영장을 출발하여 어느새 한 능선을 코 앞에 두고 있었다. 이정표에는 별표를 해 놓고 "당신의 위치는 여기"라고 적어두었다. 갈 길은 멀었지만 하루 한 차례 빚어지는 장엄한 일출의 장관은 금세 사라질 것이다. 참으로 위대한 조물주의 우주쇼.. 그를 통해 우리 행성에 매일 아침 쌓아둔 시간을 계수하게 된다. 우리는 그 시간 끄트머리에 매달려 희로애락, 생로병사 타령을 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의 장엄한 일출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하니와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면서 우리는 어느덧 또레스 델 빠이네 정상의 1부 능선에 겨우 도착했다. 이정표에 쓰인 트래킹 루트를 보니 총 9킬로미터가 우리 앞을 펼쳐져 있는 것이다. 보통사람들의 걷는 속도는 시간당 3~5킬로 미터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기준은 사람들에 따라 장소 등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의 경우 평지에서 시간당 대략 3킬로미터의 속도로 걷고 있고 내설악의 공룡능선 같은 경우 1킬로미터도 안 되는 경우의 수도 발생하기도 했다. 그곳은 이른바 '악산'이었으나 또레스 델 빠이네 가는 길은 '흙산'이어서 걷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1부 능선만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거대한 계곡 사이로 거의 평 짓길처럼 이어진 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른 아침 해가 뜨기도 전부터 시작된 트래킹은 해가 질 때까지 이어질 것이므로 걷는 속도에 관계없이 엄청난 피로도에 시달릴 게 틀림없었다. 발그레한 햇살이 대지를 붉게 물들이는 가운데 우리가 지온 길을 뒤돌아 보니 대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길을 따라 먼저 가던 하니가 힘겨워하며 뒤따라 오고 있는 것이다.
이때부터 적당히 거리를 맞추어 주어야 한다. 보폭은 거의 일정하지만 당신의 눈에서 멀어지면 더 힘들어할 게 아닌가.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은 사람들이 얼마나 지나쳤는지 길이 움푹 파여있었다. 조금 전 우리를 따라오던 청춘의 연인 한 쌍은 어느새 우리 곁을 추월해 저만치 앞서 걷고 있었다. 그것도 두 사람이 거의 밀착해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우리네 삶 혹은 사랑에도 이런 풍경이 목격되겠지..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이 각본을 쓴 영화 타이타닉(TITANIC)을 모르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이 영화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전체 17개 중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을 제외한 14개 최다 부문 노미네이트 되어 작품상을 포함해 11개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또 흥행에서는 세계 최초의 흥행 성적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로 기록될 정도였다. 재난 사고를 다룬 영화지만 영화의 내용은 사랑과 배신을 다룰 정도로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영화에서 시나리오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보여준 하나의 사례이자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 하나의 척도였다. 이미 다 아시는 내용이지만 다시 한번 더 최고의 명장면을 소환하면 대략 이러하다.
영화의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잭 도슨 역: Leonardo Wilhelm DiCaprio)와 케이트 윈슬렛(로즈 드윗 뷰케이터 역: Kate Elizabeth Winslet)은 우연한 기회에 타이타닉의 선상에서 만나게 된다. 그리고 타이타닉호가 출항 후 침몰할 때까지 뜨거운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들의 앞날은 그 누구도 몰랐다. 디만, 로맨스 각본을 쓴 사람만 알 뿐이었다.
마치 우리의 운명이 하늘에 달린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곧 침몰하는 선상에서 운명의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 배에는 로즈의 약혼자가 동승하고 있었는데 로즈는 약혼자 몰래 사랑놀음에 빠져든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하기 싫은 결혼 대상자를 엄마가 억지로 떠민 격이었다. 거부였던 약혼자는 그녀에게 엄청난 크기의 청색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선물한 바 있다.
수장된 타이타닉호에서 이 보석을 찾기 위한 작업이 영화의 첫 장면으로 등장하지만 결국 찾아내지 못하게 된다. 그 목걸이는 침몰된 배에서 탈출에 성공하고 생존한 로즈의 손에 쥐어져 있었던 것이다. 생존자 로즈는 이미 나이 든 할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목걸이를 사랑의 증표료 여기며 평생을 살아왔던 것이다.
그녀의 회상에 따르면 곧 침몰하는 선상에서는 물론 배가 가라앉은 이후 구조대에 구출될 때까지 잭 도슨과 함께했다. 그동안 그의 약혼자는 로즈를 찾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문제는 약혼자였다. 그는 진심으로 로즈를 사랑한 게 아니라 값비싼 청색 목걸이를 회수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랑 따위는 돈으로 매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남자였다. 그런 반면에 겨우 3박 4일간의 여행 중에 만난 잭 도슨은 차가운 얼음바다 위에서 동사하기 직전까지 로즈에게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며 차가운 대서양 바닷속으로 수장되고 만다. 그 사랑을 잊지 못하는 로즈는 평생을 청색 목걸이에 의지하고 살아온 것이다. 생활이 어렵거나 불편을 느낄 때 이 목걸이를 처분하면 억만장자에 오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로즈는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사랑을 배반하지 않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목걸이와 당신의 운명을 잭 도슨이 수장된 그 바다에 아무도 모르게 던져 버린다. 이 영화가 최고의 흥행을 올린 배경이 이런데 있었지 않나 싶다. 우리는 가끔씩 아니 자주 사랑을 말하거나 떠올린다. 어떤 때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말하기도 한다. 그 외 최고의 사랑 이야기는 눈만 뜨면 볼 수 있는 유행처럼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또한 사랑과 배신을 소재로 한 가십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가득한 세상에 산다.
아무도 모른다. 우리의 명운을 결정하는 것은 하늘의 몫이다. 언제인가 우리는 하늘의 부름을 받을 것인데.. 그때 당신은 누구를 떠올릴 것인가.. 사진첩을 열어 하니와 함께 걸었던 힘든 여정을 보면서 문득 잭 도슨과 로즈의 사랑을 그린 영화가 떠올맀다. 당신이 정말 상대를 사랑한다면 잭 도슨의 길을 가야 할 테지.. 우리네 삶의 힘든 여정을 견디게 하는 건 사랑의 힘이 전부이다. <계속>
il Nostro viaggio Sudamerica_Patagonia Torres del Paine CILE
Scritto_il 25 Nov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