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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30. 2020

코로나 피해 아드리아해 갔다가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방파제 풍경

여러분들도 이런 경험 있는지 쪼매~ 궁금합니다..?!! ^^



   서기 2020년 11월 29일(현지 시각) 오전 8시경 집을 나섰다. 밤새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잠시 멈춘 직후 모처럼 산책 겸 운동 삼아 바를레타의 방파제 길(Molo di Levante, Porto di Barletta)을 다녀오고 싶었다. 그곳은 하니와 함께 걸었던 길이자 바를레타의 신책길 두 곳 중 하나였다. 집을 나서 걸으면 10분 안에 방파제 입구에 도착할 수 있는 곳. 코로나 19 때문에 집콕이 길어지면서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휴일에는 인적이 드물 것이므로 코로나를 피해 아드리아해가 펼쳐진 바닷가로 떠나 바람도 쇨 겸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선 것이다. 집을 나서면 맨 먼저 마주치는 장소가 바를레타 성(Castello di Barletta) 정문이다.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이 도시의 명소가 자리 잡고 있고, 그 곁으로 공원이 있다. 


현재 철책으로 둘러싸인 공원 입구는 코로나 때문에 폐쇄된 상태며, 오전 8시 경의 풍경은 을씨년스러웠다. 지금부터 펼쳐지는 풍경들은 산책을 할 때 눈에 띈 풍경들을 순서대로 기록해 두었다. 적지 않은 분량의 기록 속에는 2020년 11월 말 현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현장으로 함께 떠나보도록 한다.



코로나 피해 아드리아해 갔다가




집을 나서 공원 옆을 돌아가면 저 멀리 바를레타 내항이 보이고 방파제가 보인다. 방파제 너머에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가 펼쳐져 있다. 방파제로 가는 길을 따라 가면 오래된 소나무 가로수 길이 반긴다. 내가 좋아하는 풍경이다. 이날은 비에 촉촉이 젖어있었다.



소나무 가로수 길이 끝나는 지점에 바를레타 내항이 모습을 드러냈다. 걸어서 5분 남짓한 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하니가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떠나기 전 우리는 이곳에서 저만치 떨어져 있는 등대와 방파제 끄트머리의 등주를 바라보곤 했다. 바닷가에 서면 단박에 그때 그 모습이 생각나며 그리워진다.



그러한 잠시.. 방파제 입구에 서면 맨 먼저 오리가족들의 안부를 묻게 된다. 오리가족의 수는 전부 네 마리.. 녀석들은 대장(아빠)을 중심으로 늘 함께 방파제 입구를 지킨다. 녀석들의 목을 축이는 담수는 용천수며 이들의 삶을 지켜주고 있다. 바람이 불고 날씨가 우중충한 이날은 바닷가에서 조금 떨어진 방파제 입구 아래서 유유자적하고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이런 경우의 수는 딱 하나.. 녀석들을 호시탐탐 노리는 길냥이들 때문이다. 평소 바닷가 모래밭에서 놀던 녀석들은 길냥이의 출현 즉시 바다 위로 몸을 피신시키는 것이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언제부터인가 야생으로 살아가는 오리가족의 안부가 궁금한 것은 길냥이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리 중의 막내로 보이는 한 마리(사진 맨 왼쪽)는 형의 부리로 쪼는 짓궂음 때문에 늘 형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방파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맨 먼저 눈에 띄는 건 이곳의 토박이 풀꽃이다. 줄기는 우리나라의 함초 일부를 닮은 녀석들의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이곳에 사는 지인에게 풀꽃의 이름을 물었더니 수소문 끝에 '야생 풀꽃(fiori selvatici)'이라고 페북 메신저 창으로 알려왔다.   



사람들은 발아래에 살고 있는 요정들을 통칭 풀꽃이라 불렀던가.. 내가 원했던 답을 알아낼 수 없어서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나는 아드리아해 바닷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녀석들이 너무 좋다. 만약, 요즘 이들이 연보라색 꽃잎을 내놓지 않는다면 바닷가는 얼마나 황량할 것인가. 또 이들 풀꽃들은 얼마나 똑똑한지 모른다. 사람들이 붐비던 여름철이 끝나고 나면 슬슬 그들만의 세상을 연출하는 것이다. 



지금이 그때였다. 파도가 쉭쉭 소리를 내며 넘실대는 아드리아해에 발을 들여놓자 발아래 모래밭은 풀꽃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아드리아 해서 쉼 없이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차가운 우기의 비까지 맞아가며 그들의 세상을 펼쳐가는 것이다. 곧 바닷가는 연보라색 꽃들의 합창이 시작될 것이다.



바닷가에서 다시 방파제 위로 올라섰더니 바람이 거세게 몰아친다.



방파제 위에서 바라본 바를레타 항구 입구는 손에 잡힐 듯 가까운데 하늘 위로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저 멀리 수평선 위로 희미하게 보이는 해안선은 지난여름 하니와 함께 다녀온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이자 가르가노 국립공원(Parco nazionale del gargano)이 위치해 있는 곳이다. 불과 수개월이 지나갔을 뿐인데 까마득히 오랜 세월이 흐른 듯하다. 



방파제길을 들어서자 이때부터 아드리아해는 무시로 방파제를 할퀴며 바다의 비늘을 방파제 위로 날려 보냈다. 그리고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곤 했다. 바람은 세차게 불고 파도까지 넘실 거리는 방파제길.. 



더 걸어야 할지 판단이 필요할 때였다. 당초 계획은 방파제 끄트머리까지 돌아올 계획이었으므로 결정을 해야 했다. 방파제 위에는 아드리아해가 할퀸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나는 바를레타의 명물로 등극한 일 뜨라부꼬(il trabucco di barletta)를 돌아올 마음을 굳혔다. 



뜨라부꼬는 고대로부터 전해진 원시 형태의 고기잡이 시설물로 이곳에 총 4기가 시설되었는데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것을 최근에 다시 복원해 둔 상태이다. 나는 산책을 통해 이 시설물이 복원되고 있는 현장을 비교적 상세히 목격한 바 있다. 바다를 향해 긴 팔을 내밀고 있는 듯한 어구는 밋밋해 보이는 방파제길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존재랄까.. 방파제에서 바라본 바를레타 항구와 비교되는 오래된 낯선 풍경이 바를레타 항구를 등지고 아드리아해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뜨라부꼬 곁에 다가서자 아드리아해는 더욱 울부짖으며 방파제를 할퀴었다. 울부짖는 정도가 마치 어미가 자식을 잃은 듯하다. 울부짖고 또 울부짖고.. 나는 그 울부짖음 때문에 외투가 젖어들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최초 집을 나선 이유와 목적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이 방파제 위로 들어서면서부터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니 19를 피해 운동도 할 겸 바람도 쇨 겸.. 하지만 바람은 생각보다 거세었으며 아드리아해는 자꾸만 내게 달려들었다. (어쩌자고..ㅜ)



이제 돌아서야 했다. 원시 어구인 뜨라부꼬 곁에서 혼자 속으로 웃었다. 코로나를 피해 바닷가로 왔더니 아리아해 날린 파도 때문에 카메라도 젖고 외투도 젖은 것이다. 이래 저래 집콕이 길어져야 할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것. 조금 더 심각한 문제는 그다음에 일어났다.



방파제 위에서 바라본 바를레타는 평온하기만 한데 하늘은 점점 더 까맣게 변하고 있었다. 납작 엎드린 풍경 가운데 돌출된 구조물이 바를레타 두오모(Basilica Cattedrale Santa Maria Maggiore)이며 그 곁(좌측)에 있는 건축물이 바를레타 성의 모습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바를레타 성 바로 너머에 있다. 



까만 하늘을 보니 빨리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이때 내 앞에서 발길을 붙드는 녀석이 있었다. 이틀 전에 나의 브런치에 코로나 19 이기는 병아리 떼 뿅뿅뿅이라 써 둔 글 속에 등장하는 마법의 식재료였다. 그때 녀석의 이름을 끄레스삐뇨(IL CRESPIGNO_Sonchus oleraceus)라고 했다. 



쌉싸름하고 쓴맛을 내는 산삼 같은 녀석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놀랍다. 야생에서 자라는 끄레스삐뇨는 미네랄 등이 풍부하여 이곳 사람들은 인살라따(Insalata)에 사용하고 수프에 넣어 먹는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천연의 식재료인 것이다. 나는 지난주 우연히 바를레타 재래시장 한쪽에서 노점을 연 한 노인으로부터 대략 3킬로그램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는 철시 직전에 남아있는 끄레스삐뇨 전부를 1,5유로만 달라고 했다. 그래서 갑에서 10유로를 꺼내 건네었더니.. 호주머니를 뒤적거리던 그에게 0.5유로짜리 동전이 없어서 그냥 9유로를 거슬러 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1유로에 3킬로그램을 구입한 것이다. 그 즉시 고마움을 표한 기억이 방파제 끄트머리에서 생각난 것이다. 



그곳에는 풀꽃들은 물론 먼 길을 나서기 위해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은 풀꽃과 야생 무화과나무(Ficus carica_il Fico)가 새 잎을 내놓고 있었다. 내 옷과 카메라는 파도에 젖어있었는데 방파제 돌벽에 머리를 박고 자란 풀꽃 등을 바라보는 사이에 우려했던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방파제길 위에서 간간히 떨어지던 빗방울이 급기야 소나기로 변하며 쏟아지는 게 아닌가. 혹시나 하고 챙겨간 작은 양산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코로나 19를 피해 나섰던 길에 두 개의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파도와 소낙비.. 


뛰엇..!!



집으로 돌아와 보니 옷도 신발도 카메라까지 비에 젖었다. 흠뻑 적시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랄까. 샤워하고 밥 먹고 자료 정리하니 하루가 어느새 저물어가고 있었다. 이곳 바를레타는 아직도 비가 오락가락하신다. 아무튼 코로나 시대는 집콕이 대세인가 보다. 내 고향 부산.. 갱상도에서는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바라는 애타는 마음을 단 두 글자로 담아 이렇게 표현한다.


아.. 쫌!! ㅜ 


Quando ho visitato l'Adriatico Per sfuggire al COVID-19
il 29 Nov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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