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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2. 2020

수능, 코로나 잊게 만드는 나목의 땅

#6 엘 찰텐, 라구나 또레 가는 길

먼 나라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의 풍속도..?!!



여행기를 쓰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살고 있다. 하니는 코로나 19를 피해 잠시 한국으로 피신해 있는 동안 사진첩을 열어보니, 그곳에 우리의 꿈이 빙하 위를 적시는 구름처럼 서려있는 것이다. 그때 우리가 살아 꿈틀대는 대자연 속에 안기고 싶지 않았다면.. 그걸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면.. 집콕이 대세인 현재는 얼마나 살벌할까.. 여행자가 길 위에서 행복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지금 당장.. 당신이 꿈꾸신 그곳으로 떠나시라..!  


세상은 꿈꾸는 자의 몫이자, 

그 꿈을 실행하고 느끼는 자의 천국이다. 

파타고니아의 느낌표가 내게 말했다.


지난 여정 꼭꼭 숨겨진 파타고니아의 속 마음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몫이라 했다. 당신이 어떤 꿈을 꾸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삶이 달라진다는 것. 인생은 제한된 시간에 두 번 다시 고칠 수 없는 답안지와 별로 다르지 않다. 시행착오는 있을 망정 당신의 선택에 따라 행불행이 좌우된다. 그 나머지는 하늘의 몫이다. 오늘은 통과의례처럼 치러지는 수능일이다. 한국의 날씨를 열어보니 영상 1도씨 근처를 맴도는 차가운 날씨다. 수능만 되면 얼어붙은 마음처럼 날씨도 차가운 것이다. 수능 날 대한민국의 풍속도를 돌아봤다.



수능, 코로나 잊게 만드는 나목의 땅




서기 2020년 12월 1일(현지시각) 저녁시간, 한국은 한밤중이다. 곧 날이 밝으면 한바탕 전쟁을 치르게 될 것이다. 수능 시험에 맞추어 배당된 고사장으로 이동해야 할 것이며 학부모님들은 노심초사 이제나 저제나 아이들이 시험을 잘 치르게 해 달라며 '수능 대박'을 기원한다. 수능일만 되면 고3 학생을 둔 집은 절간이나 다름없다. 학생도 부모도 초긴장 상태로 돌입한다. 그리고 수능 당일이 오시면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진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뜻이란 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에서는 수능일에 흔히 볼 수 있는 한자성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여전히 불공평하며 공평한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험장에 들어서는 학생들은 대박을 기원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등급은 정해져 있다. 

예컨대 1등급 중 최상위는 서울 4대 문 안의 유명 대학교에 응시가 가능할 것이며 차등의 순서에 따라 각자의 길로 가게 될 것이다. 이때부터 우리는 지연, 혈연, 학연 등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는 조직의 구성원이 되어 사회 구성원이 되어갈 것이다. 과연 이런 제도가 필요한 것이며 올바른 제도일까..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혹은 유럽에서는 한국과 다른 학년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교육제도를 살펴보면, 학제는 초등학교 5년(6-10세), 중학교 3년(11-13세), 고등학교 5년(14-18세), 대학교 3-5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 중등 및 고등학교 2년까지는 의무교육이며 학기는 9월에 시작하여 6월에 종료된다. 



주요 교육기관을 살펴보면, 유치원(Scuola dell' infanzia)과 초등학교(Scuola primaria)와 중학교(Scuola Secondaria di I grado), 그리고 고등학교(Scuola Secondaria di II grado)로 나뉘는데 여기서 눈여겨볼 게 고등학교이다. 고등학교는 5년제(14-18세)로 첫 2년 과정은 의무교육이며 시험제도는 중학교 졸업시험 합격자가 고등학교 입학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입학시험이 없는 지역제이며 학년말 고사 결과 3과목 이상 낙제인 경우 유급된다. 



졸업년도에 국가에서 실시하는 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Maturita'=Maturity Exam) 실시하게 되는데 종류는 이러하다. 인문고등학교(Liceo Classico, 5년제, 한국의 문과 해당), 과학고등학교(Liceo Scientifico, 5년제, 한국의 이과 해당), 외국어고등학교(Liceo Linguistico, 5년제, 외고에 해당), 인성과학고등학교(Liceo delle Scienze Umane, 5년제, 사회심리, 교육. 인류학 등), 음악. 무용고등학교(Liceo Musicale-coreutico, 5년제, 음악 및 무용 전문고등학교), 기술고등학교(Istituto tecnico, 5년제, 경제. 테크놀로지 관련 11개 분야), 직업전문고등학교(Istituto Professionale, 5년제, 상업, 농업, 수공업, 의료, 호텔, 음식업 등 6개 분야)이다. 



그리고 대학(Università) 과정의 학제는 3+2년제(3년제 제1단계 학사학위 + 2년간 제2단계 전문학사학위(5년 제로서 기존의 4년제 Laurea 학위에 해당)이다. 시험제도는 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Maturità) 합격자는 졸업시험 성적으로 전공과목 및 대학을 자유로이 선택(단, 치과대 등 일부 학부는 정원제로서 입학시험 실시)하게 된다. 

3년제 학사학위과정은 180학점 취득, 5년제 전문학사학위과정은 120학점을 추가하여 총 300학점을 취득하고 논문이 통과되어야 졸업이 가능하다. 참고로 이탈리아 전체 인구(25세~64세)의 약 13%만이 대학 졸업자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청년 70%가 대학에 진학하는 기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졸업해야 사람 구실을 하는 것일까.. 



이탈리아 혹은 유럽 국가들 중에 이 같은 제도를 취하는 곳의 장점은 수능 과목으로 성적순위를 가리는 한국과 많은 차를 보이고 있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중학교를 졸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과 적성 등에 따라 마침맞은 학교로 진학하는 것이다. 예체능계에 적합한 학생이 인문고등학교 혹은 과학 고등학교에서 진땀을 흘리며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음악 및 무용에 적성이 맞는 학생이 맞춤 교육을 받게 되는 건 너무도 자연스럽다. 



한국에 가 있는 하니의 그림 선생님은 당신의 적성에 따라 바를레타의 인근에 위치한 도시 포지아(Foggia)에서 고등학교(우리나라 초급대학 과정이라 보면 쉽다)를 마치고 피렌체 예술학교(3년제)를 졸업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이 과정을 졸업할 때 혹독한 수련 과정을 겪었다고 했다. 아울러 고등학교에서 느끼지 못했던 전문성을 얻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지역사회에서 촉망받는 예술인으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물론 당신의 선택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고민하거나 장래를 고민하는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이른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 당신의 적성에 맞게 배분되는 것이랄까.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지구촌 전체가 앓고 있는 코로나 19 감염병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공평한(?) 것이지만, 대한민국의 교육제도를 보면 입시 위주의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입시가 만능이 아니며 사람들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며 자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렇게 형성된 조직문화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빛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전혀 엉뚱한 집단들도 눈에 띈다. 그들에게서 인성을 찾아볼 수 없고 오직 법(法) 하나에 매달린 사람들이자 초법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집단이다. 이들이 대한민국 현대사 70년을 좌지우지 해온 검찰의 자화상이자 추악한 민낯이다. 



교육제도와 사회제도가 잘 못 만들어낸 괴물인 것이며 언론의 탈을 쓴 기레기들도 이에 속한다. 수능 없이 착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을 권력으로 짓누르는 것도 모자라.. 정치인 혹은 재벌과 결탁하거나 언론과 결탁하여 이웃은 물론 우리 민족을 괴롭혀 깡패집단으로 진화해온 것이다. 땅덩어리는 좁고 사람들은 와글거리는 데서 살아남기 위해 몸무림 치는 것 까지는 좋다. 

하지만 잘못된 교육. 사회제도가 든 병폐 때문에 불행을 겪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검찰개혁에 목말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소한 법 앞에서 만큼은 평등해야 할 것이지만 그러하지 못했던 것이다. 한국의 수능 아침에 우리 아이들이 교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필요 없이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정해진 성적순이라면 그들이 교실 밖에서 호연지기(浩然之氣)라도 길러야 하지 않겠는가.. 



하니와 함께 라구나 또레로 가는 동안 우리 곁에는 무수한 나목들이 곧 다가올 우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던 그들은 시방 발가벗긴 채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대자연 속에서 최선을 다한 삶을 살다 간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여행자의 뷰파인더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조화로움은 굳이 노자나 장자의 글과 학문 등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게 아니란 것. 열심히 최선을 다한 우리 학생들이 수능과 코로나로 이중고를 겪으며 시험을 끝내고 돌아서는 날..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훌훌 다 털고 그동안 못다 한 호연지기를 마음껏 키우시기 바란다.


l tesoro nascosto di El Chalten in Patagonia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 patagonia ARGENTIN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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