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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5. 2020

요리사의 혼밥

-밀라노인들이 즐기는 소 내장으로 만든 매콤한 대파 요리

어느 날 홀아비가 됐다. 홀아비 사정 과부가 알까..?!!



서기 2020년 10월 23일 오후,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코로나 19를 피해 독일의 프랑크 푸르트 공항으로 이동 중이었다. 하니를 코로나 청정국가인 한국으로 도피시키는 게 목적이었다. 그 거리는 자그마치 왕복 3000킬로미터에 달한다고 관련 포스트에서 수 차례 언급했다. 생전 처음 있는 3박 4일간의 장거리 여행이었던 셈이다. 우리는 어느덧 바를레타에서 고속도로를 따라 밀라노를 거쳐가는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코로나 시대 때 언제인가 밀라노를 거쳐가는 일이 생기면 밀라노 하늘을 꼭 기록해 두고 싶었는데 마침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위 자료사진을 잘 살펴보면 밀라노 상공을 덮은 거무스름한 모습이 눈에 띌 것이다. 그것은 안개가 아니라 스모그 현상이다. 대기 오염의 한 장면인 것이다. 스모그 현상은 대기오염 물질로 하늘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같은 현상이 도드라진 곳은 멕시코시티였으며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였다. 그곳은 남미 일주 여행 중에 만났던 도시였으며 도시 주변은 거무스름한 띠를 두르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주의 주도 밀라노는 포 강(Fiume po) 유역의 평원에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사실상 이탈리아 대표 선수(?)에 해당하는 곳이다. 이탈리아 수도가 로마이지만 각종 산업이 밀집된 곳이다. 대략 300만 명이 이 도시를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래 여러 번 다녀갔던 곳이 밀라노인데 나는 이 도시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복잡한 도시를 선호하지 않거니와 크게 마음에 와 닿은 곳이 없었다. 

그중에 하나는 어느 날 이탈리아 출신의 지인이 일러준 놀라운 비밀(?) 때문이기도 했다. 밀라노 주변의 산업시설이 포강을 오염시키는 한편 공기 조차 오염되었다는 것이다. 그땐 그냥 흘려들었지만 이탈리아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코로나 19 때문이었다. 



2020년 12월 4일 자 뉴스에 집계된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는 여전히 초라하다. 신규 감염자 수는 24,009명에 이르고 사망자 수는 814명에 이른다. (Covid Italia, bollettino oggi 4 dicembre: 24.009 nuovi casi e 814 morti. Indice di positività sale a 11,3%) 이틀 전 보다 대략 100명이 줄어든 사망자 수이지만 심각한 상태이다. 그중 롬바르디아 주의 지난 한 달간(11월 20일부터 12월 3일 동안)의 코로나 성적표는 7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 수는 2,611명으로 집계됐다.(Casi totali 70.573, Decessi 2.611) 


이런 통계 수치는 모두 밀라노 주변에서 발생한 것들이다. 정확한 원인은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고 밝히지도 않겠지만, 내가 고속도로 위에서 주행 중에 남긴 사진은 이탈리아 내에서 코로나가 집중적으로 창궐하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가 물과 공기의 오염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같은 기간에 돌로미티를 품고 있는 뜨렌티노 알또 아디제의 감염자 수는 한국과 비슷한 수치였으나 사망자 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곳은 물과 공기가 매우 좋은 곳이자 사람들의 왕래가 대도시보다 덜하기 때문이랄까.. 



나는 밀라노를 통과하는 고속도로 위에서 한 번 더 자동차 문을 걸어 잠그고 주행을 이어갔다.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도피 중이었으므로 감염 요인을 하나라도 줄이고자 함이었다. 그리고 한 달 여의 시간이 흐른 후 나는 졸지에 홀아비 신세를 면치 못하고 군대 생활 못지않은 하루 일과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혼자 일어나야 했고(당근이쥐!! ^^) 혼자 청소하고, 혼자 빨래하고, 혼자 시장이나 마트로 가고, 혼자 운동하고, 혼자 밥을 먹는 등 홀아비 사정 과부가 안다더니 그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등장한 요리사의 혼밥을 그렇게 탄생되고 있는 것이다. 혼자 장 봐온 식재료를 혼자 잘 다듬어서 혼밥용 요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 요리의 제목을 보면 밀라노인들이 즐기는 소 내장으로 만든 매콤한 대파 요리라 적었다. 이탈리아의 전통 요리 역사를 살펴보면 지역과 무관하지 않다. 바닷가에서는 생선 요리가 당연히 빛을 발하고 산간지방에서는 쇠고기나 관련 식품들이 유명하다. 그 가운데 밀라노인(Milanese)들은 쇠고기 부산물인 소 내장(Trippa)을 콩과 함께 미네스트라(Minestra-수프)로 만들어 먹었다. 드 넓은 평원에서 재배되는 채소와 쇠고기 부산물을 잘 요리해 먹었던 것이다. 



그중에 '천엽'이라 부르는 소의 위중에 3번째 위실은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식재료 중에 하나이다. 겉모습은 이게 고기인가 싶어 보이지만 녀석을 잘 요리하면 천하일미로 둔갑한다는 건 먹어본 사람들만 아는 사실이랄까.. 요즘 나의 혼밥 식탁에 가끔씩 오르는 천엽 요리를 대파와 매운 양념을 곁들여 완성해 봤다. 먼저 굵은 대파를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적당히 잘 구워냈다. 대판 한 단쯤은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눈 건강 등을 위해서이다. 

그리고 잘게 썬(썰어진) 천엽 550그램은 적당한 크기로 자른 대파와 함께 함께 잘 볶아 준다. 이때 천엽을 먼저 마늘 기름에 잘 볶아준 다음 매운 고추를 썰어 넣고 조미간장 큰 두 술을 흩뿌렸다. 그리고 아끼고 아껴 먹는 황금가루 닮은 고춧가루를 흩뿌려 주었다. 맨 처음 센 불에서 익힌 천엽과 대파는 양념이 투입되는 즉시 약불로 낮추어 뚜껑을 덮고 천천히 조렸다. 밀라노인들이 먹는 미네스트라처럼 물을 사용하지 않았다. 


약불에서 천천히 조리면 대파에서 우러나온 즙이 조화롭게 요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대략 10분여의 시간이 지날 때 천엽 조각을 맛을 본다. 말랑말랑 쫄깃 쪼올깃~!! 그다음에 덮밥으로 먹던지 술안주로 먹던지 그건 당신의 선택이다. 코로나 시대.. 한밤중에 일어나 글을 쓰는 지금 뱃속이 난리가 아니다. 그때 그 맛을 기억해내고 있는 것이다. ㅜ 집콕으로 코로나에 대항하는 여러분들의 면역력을 크게 높여줄 것이다. 끝!!


La ricetta della trippa alla milanese per condimento piccante
il 05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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