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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22. 2019

아내가 시샘한 완두콩 올리브 조림

#22_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여자들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를 일..!!


피렌체의 요즘 날씨는 정말 따끈하다. 문 밖을 나서면 난로 곁을 지나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夏至)를 전후로 더위가 절정에 이른 듯한 것. 그러거나 말거나 시내 중심에는 약속이나 한 듯 하루도 빠짐없이 사람들이 붐빈다. 대단한 인파다. 이들은 더위에 맞서 벗을 수 있는 데까지 다 벗거나 더 얇아질 수 없는 옷감을 몸에 둘렀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날씨가 도래한 것이다. 그때만 해도 어떤 때는 비가 오는가 싶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볕이 쨍쨍하곤 했다. 이렇듯 변덕이 죽 끓는 듯한 날씨 때문에 속으로 여자 사람들의 마음도 저럴까 싶었다.


사노라니 여자들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는데 지난주 아내가 그랬다. 보수적인 성격의 아내는 남자들이 부엌(주방)에 드나드는 것을 몹시 못마땅해하는 사람들 중 1인이다. 


이런 생각은 돌아가신 어머니도 다르지 않았다. 그곳은 여성들만의 공간이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어머니만의 공간. 어쩌면 이런 생각들은 비단 우리 집뿐만 아니었을 거라 생각된다. 사정이 대략 이러하므로 남자가 여자들이 하는 일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입을 대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같은 일은 글쓴이가 요리 유학을 다녀오면서부터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주방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했던 아내가 언제인가부터 내게 자문(?)을 구하는 것. 


처음엔 기분 좋은 일이었다. 요리 솜씨가 뛰어난 아내가 이탈리아 요리 리체타를 물어오는 것. 그래서 미주알고주알 아는 데까지 설명을 곁들이며 시범을 보이곤 했다. 아내는 흡족해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는 이탈리아 요리 리체타를 따로 쓰기 시작했다. 속으로 '그게 아닌데'라며 두고 봤다. 당신만의 요리 리체타를 만들고 있었던 것.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그게 아니라고 훈수를 두자 언짢은 표정이 역력했다. 그다음부터 음식 만드는 일은 전처럼 '아내의 몫'으로 남게 됐다. 주방일은 예나 지금이나 힘든 일인데 요리사를 곁에 두고 아내는 당신의 공간을 마냥 지키고 싶었을까.. 





지난주였다.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제안했다. 슈퍼마켓에 들러 피셀리(완두콩)를 사자고 했다. 그동안 우리는 완두콩에 거의 중독되다시피 했다. 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편에 실어둔 완두콩의 효능 때문이자 입에 착 달라붙는 맛 때문이었다. 씹으면 입 안에서 톡톡 터지며 단물을 살랑살랑 내 놓는 것. 


그동안 아내의 피셀리 조리법은 매우 간단했다. 우리가 한국에서 먹던 식단 그대로 밥을 지을 때 피셀리 적당량을 넣고 쪄내는 것. 그러니까 피셀리를 곁들인 콩밥이었다. 아내가 즐겨 짓는 콩밥에는 이뿐만 아니라 서리태와 강낭콩 등 다수의 콩들이 동원됐지만 결과는 한결같았다. 콩밥..!! 물론 맛있게 먹었었다. 그런데 외출에서 돌아오면서 제안한 아내의 리체타는 그동안 먹었던 조금은 밋밋한 맛의 콩밥이 아니었다. 이탈리아 요리 방법으로 만들어낸 피셀리 올리브 콩조림을 주문한 것. 


속으로 얄미웠다. (하하 언제는 주방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더니.. 이런 변덕쟁이..!! ^^) 그렇지만 내색은 금물. 가까운 슈퍼마켓에 들렀는데 웬걸 이번에는 두 봉지(1 kgx2)를 사서 (미리) 만들어 놓잔다. 찬스는 붙들어야 기회로 남는 법. 아내의 변덕이 다시금 죽 끓듯 변하기 전에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했다. 그다음부터 주방의 출입이 더욱 자유로울 것. 아내의 시샘이 느껴지는 요구를 뒤로 하고 즉각 조리에 들어갔다.  




피셀리 올리브 조림

 i Piselli Condensato a Olio d'oliva


언급한 바 피셀리는 2 킬로그램을 구입했다. 엄청나게 많은 양이다. 한 봉지(1kg)에 1.99유로를 지불했으므로 두 봉지 가격은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2,500원을 조금 웃도는 가격이다. 시쳇말로 '미친 가격'이랄까. 피셀리가 한창일 때 시장에서 껍질째 파는데 한 자루는 사야 이만한 양이 나올 것. 슈퍼에서 구입하는 피셀리는 꽁꽁 언 채로 냉동됐지만 냉동식품을 절대 얕보면 안 된다. 녀석들은 매우 싱싱한 상태에서 급랭 되었으므로 해동하면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따라서 요리나 조리를 할 때 상태를 감안하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아내도 시샘한 완두콩 올리브 조림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초간단 리체타를 소개해 드린다.




피셀리 올리브 조림 준비 재료 (Ingredienti) 


피셀리 1.5kg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15 큰술(100그램당 1큰술) / 깐 마늘 큰 5쪽 / 버터 50그램 / 천일염 혹은 죽염, 후추 적당량 


위 준비재료 중에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의 양은 필요에 따라 더 늘릴 수 있다. 아울러 올리브유는  피셀리 양에 따라 조절한다.소금은 가급적이면 간수를 뺀 천일염이나 죽염을 사용하는 게 맛을 증폭시킨다. 정제염은 쓰지 말자. 또 후추는 검은 후추나 흰 후추 아무거나 사용해도 무방하다. 이날 사용된 후추는 흰 후추였다. 또 피셀리는 1.5킬로그램이었다. 



피셀리 올리브 초간단 조림 방법(Procedimento)


먼저 조리에 앞서 피셀리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다. 큼직한 마늘을 준비하여(작은 마늘을 여러 개 준비해도 무방하다) 적당한 크기로 얇게 설어둔다. 커다란 팬을 준비하고 팬을 달구기 시작한다. 팬 위에 준비된 올리브유와 버터(없어도 무방하다. 있으면 더 좋고..^^)를 넣고 데워지길 기다린 후 팬이 데워지면 마늘 전부를 넣고 마늘 기름을 만든다. 


이때 마늘이 약간 노릇한 빛을 띠기 시작하면 준비한 피셀리 전부를 넣고 조림을 시작한다. 미리 데워진 팬이지만 피셀리가 투입되는 즉시 급속히 식을 것. 그러나 위의 자료 영상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대략 5분여의 시간이 흐르면 올리브유가 끓는 게 확인된다. 올리브유가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낮추어가며 조리를 한다.

   

이때부터 피셀리를 골고루 (상하좌우) 저어 주며 익을 때까지 반복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마냥 휘저으면 안 된다. 녀석들이 고루 익을 수 있도록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저어주는 것. 수분이 가득한 피셀리는 곧 푸른색을 띠며 약간은 졸아들 것이다. 숟가락으로 피셀리 몇 개를 집어 맛을 보면 녀석들이 익었는지 단박에 알 것. 녀석들이 익기 시작하면 소금, 후추로 간하고 불을 끄면 끝. 여열로 몇 번 뒤집어 가며 조리를 완성하게 된다.    


피셀리 올리브 조림 응용 요리 


이렇게 완성된 피셀리 올리브 조림은 식혀두었다가 냉장고에 보관하고 레인지에 데워서 먹거나 뜨거운 밥에 올려먹어도 맛있다. 물론 그냥 그릇에 담아 간식으로 먹어도 좋고 아무것에나 다 잘 어울린다. 또 술안주에도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같은 초벌 조림만으로도 응용할 요리가 오만가지나 된다는 점 눈여겨보자. 


이렇게 만든 피셀리 조림에 야채 육수(Il brodo vegetale)를 더해 믹서로 곱게 갈아 채에 내리면 감촉이 매우 부드러운 피셀리 수프(Vellutata di piselli)로 거듭나는 것. 뿐만 아니라 피셀리 죽이나 스파게티 등의 살사로 사용되는 것이다. 피셀리를 어떻게 응용하는가에 따라 아내의 시샘 정도는 매우 달라질 것.ㅋ 만약 이 리체타를 직접 시연해 보이거나 응용해 보인  남자 사람이라면 여자 친구 혹은 아내로부터 시샘을 넘어 사랑을 독차지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일단 시도해 보시라..!     


Piselli_Ricetta della Cucina Italina
Mercato di Sant'ambrogio FIRENZ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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