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_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이건 또 뭐야.. 호박꽃도 이탈리아 요린가..?!
요리학교 실습 시간에는 늘 긴장감이 흐른다. 각 학생들 앞에는 요리 재료가 사전에 나뉘어져 있다. 담당 교수(셰프)가 실습실에 입장하는 즉시 당일 실습하는 리체타가 설명되고 주의사항이 전달된다. 그리고 곧바로 '시작!'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실습실은 분주하게 돌아간다. 이러한 과정은 장차 리스또란떼에서 그대로 시행될 것이므로 실수가 연발되면 셰프의 벼락같은 호통이 떨어진다. 이렇게 시작된 수업은 대략 오전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또 어떤 때는 더 늦게 끝나게 된다. 하루에 적게는 다섯 리체타 혹은 일곱 개 리체타를 짜인 학습계획에 따라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요리학교의 기본 과정을 끝마친 초보 요리사들은 현장 실습을 통해 이탈리아 현지 요리는 물론 리스또란떼 분위기를 익히게 된다. 이런 과정 등은 요리사에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그 이상의 피눈물 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므로, 단지 티브이에서 본 이탈리아 요리의 환상에 빠져 요리사에 입문한 사람들에게는 큰 후회를 남기게 된다. 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날 필자에게 큰 가르침을 주신 대가 한 분 괄띠에로 마르께지(Gualtiero Marchesi) 선생께서는, 이탈리아 요리를 통해 세상을 깨닫게 만든 분이자 세상을 접시 속에 담아내신 위대한 분이셨다. 그분께서 특강 시간에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요리사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해야 해요..!"
이건 또 뭐야.. 호박꽃 지짐이도 이탈리아 요린가..?!
어느 봄날, 이탈리아 실습실은 마치 이웃집으로 마실을 떠나 만난 어느 부엌의 모습 같았다. 이날 학생들 앞에 나뉜 요리 재료는 쥬끼네 호박이었다. 쥬끼네 호박은 우리에게 낯익은 식재료였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호박 끄트머리에 호박꽃이 그대로 달려있는 것이었다. 아침 일찍 학교로 공수된 쥬끼네 호박꽃은 서서히 시들어 가고 있었다. 버려야 할까.. 그때 셰프가 입장하면서 설명된 리체타에 따르면, 이날 사용될 쥬끼네 호박은 꽃과 몸통 모두 사용하는 것. 요리법이 궁금했다.
그런 한편 자연스럽게 아내가 만든 쥬끼네 호박 요리가 생각나는 것. 아내의 쥬끼네 호박 요리 솜씨는 그 어떤 요리사 솜씨보다 더 나았으면 더 나았지 절대 못할 리가 없었다. 탱글탱글 잘 데쳐진 호박에 알맞게 숙성된 새우젓을 적당히 양념하면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운 것. 이런 솜씨는 우리나라의 주부 다수가 익숙하게 내놓는 우리만의 음식이었다. 음식인 줄 알았다.
(참 촌스럽기도 하지..!)
애호박과 다른 쥬끼네 호박의 정체
쥬끼네 호박 앞에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쥬끼네라는 말만 들어도 외래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생김새가 길쭉하고 처음 보는 이상한 녀석의 정체에 대해서는 그동안 전혀 캐묻지 않았던 것.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이나 동네 슈퍼마켓 등지에서는 녀석을 주끼니(Zucchini_영어)라 부르며 애호박과 구별해 놓고 있었다. 애호박(Korean Zucchini)은 약간 굵고 짧으며 육질이 단단하고 연두색을 띠고 있지만, 주끼니는 좀 더 길고 육질이 연하며 짙은 초록색을 지니고 있는 것.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 시작한 주끼니의 고향은 이탈리아였다. 이탈리아에서는 녀석을 주끼네(Zucchina의 복수형 Zucchine)으로 부르고 있었고, 하나의 개체(호박꽃이 달린)를 일컬어 피오리 디 주까(Fiori di Zucca)로 부르고 있었다. (자료사진을 참고 하시라)
주끼네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바로는 이탈리아가 원산이지만, 뽀모도리(Pomodori) 혹은 빠따떼(Patate) 등과 함께 아메리카 대륙에서 건너온 후 토착화된 것. 아무튼 우리가 많이 애용하고 있는 쥬끼네의 원산지는 이탈리아이며, 이탈리아 이름이 붙여져 쥬끼네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주끼니 호박이 어느 날 왜 이탈리아 요리 실습 리체타에 오르게 된 것일까. 녀석의 정체를 알고나 먹자.
영양 만점 주끼네 호박
요리실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재밌는 광경이 눈 앞에 나타났다. 셰프가 시연해 보이고 있는 주끼네 호박꽃 요리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풍경. 우리가 늘 봐왔던 호박 부침개 아니면 지짐이랄까. 적당량의 밀가루를 물에 풀어 올리브 오일과 소금 적당량을 넣고 되직하게 만든 게 거의 전부. 그다음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호박꽃을 밀가루풀에 적셔 팬 위에 올려 잘 부쳐내는 과정이었다.
(에게게.. 이게 이탈리아 요린가?!..)
셰프가 시연해 보이는 요리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이탈리아 요리가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마음만 먹으면 셰프보다 더 잘 부쳐낼 것 같은 것. 그러나 이탈리아에서는 이른바 주끼네 호박꽃 요리를 어쩌다 간식으로 먹는 게 아니라 오만가지 요리법을 총동원해 애용하는 것. 특히 이맘때가 제철인 주끼니 호박은 피렌체의 산타 암부로지오 시장 곳곳에서 아무 때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흔했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건강 장수 국가 이탈리아인들이 왜 주끼네 호박 요리에 열광하는 것일까. 자료를 뒤적거려 보는 동안 주끼네 호박의 영양소는 생김새(?) 보다 월등한데 놀라게 됐다. 아래 참고자료 등에 따르면 주끼네 호박은 100g당 11kcal로 칼로리가 낮으면서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한 건강식품이었다. 또 당분 함량과 칼로리가 낮은 편이므로 다이어트에 적합한 식품이자, 칼륨(고혈압의 예방을 돕는 영양소로 나트륨(염분)을 배출해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음)이 풍부해 고혈압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
히포크라테스의 명언과 제철 식재료의 효능
뿐만 아니었다. 주키니 호박에는 베타카로틴도 풍부하게 들어있었다. 베타카로틴은 시금치 등 녹황색 채소에 많이 함유된 것으로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작용해 점막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야뇨증을 예방하는 작용을 하며 피부 노화 방지 등 미용 효과에도 탁월하다는 것. 또 엽산이 풍부해 빈혈까지 예방한단다.
그뿐인가. 주끼네 호박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영양소는 비타민 C였다. 주지하다시피 비타민 C는 우리 몸에서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백혈구 기능을 강화하고 면역력을 향상해 감기 등 감염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 이탈리아인들의 건강장수 비결은 마치 좋은 약을 상시 복용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따라서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줄곧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명언이 있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하고, 약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고치지 못한다. 모든 음식을 당신의 약으로 삼고, 의사로 삼아라"
요리학교에서는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늘 강조한다. 지금 이탈리아 전역의 시장에는 노란 꽃을 단 주끼네 호박이 한창이다. 이날 주끼네 호박꽃은 튀김으로 만들어지고 몸통은 속을 파내고 주끼네 호박에 부족한 영양소를 채워 넣고 오븐에서 구워냈다. (아래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관련 리체타(유튜브)를 링크해 두었다) 자료를 열어보니 주끼네 호박꽃까지 자연에서 챙겨 먹는 명약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갑자기 주끼네 호박이 땡긴다..!
-Zucchine: VALORI NUTRIZIONALI DELLE ZUCCHINE
-그냥 보기만 해도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쥬끼네 호박 요리
-Fiori di zucca saltati in padella.
-Risotto zucchine e fiori di zucca
FOTO DA MERCATO DI SANT'AMBROGIO
27 APRILE 2019 FIRENZ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