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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11. 2021

생쥐가 친근한 사람들

#55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우둔한 톰 보다 제리가 더 사랑받는 나라..!!



우리는 곧 돌로미티의 중심에 위치한 명소 빠쏘 퐐싸레고(Passo Falzarego) 고갯마루에 도착할 것이다. 그런데 얼마 후, 무엇이 그토록 우리를 재촉했던지 퐐싸레고 고갯마루에서 오래 머물지 못했다. 이러 경우의 수가 초행길의 돌로미티 여행의 시행착오라고나 할까.. 우리는 돌로미티 전부를 간만 보고 다녔던 것이다.


지난 여정 아무도 지울 수 없는 추억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돌로미티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도로 곁으로 절경들이 이어졌다.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마을과 집들이 반듯하게 산기슭에 지어져 있거나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이들은 단 한차례도 고생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참 좋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들이 대한민국의 과거를 알기나 할까.. 우리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마침내  빠쏘 퐐싸레고 고갯마루에 도착했다. 나는 그곳에서 우리와 매우 다른 문화를 가진 풍경을 목격했다.



생쥐가 친근한 사람들




저만치 퐐싸레고 고갯마루의 휴게소가 보인다. 이곳의 해발 고도는 2,105m에 이른다. 주변은 풍광이 매우 뛰어난 곳이며 사람들이 하루 종일 붐비는 곳이었다. 초행길의 우리는 이곳이 명소인지 잘 몰랐다. 돌로미티 여행을 하는 동안 나중에 다시 찾게 된 곳이며, 곳곳에 에델바이스(Edelweiss_Leontopodium) 군락지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휴게소 앞에 진열해 둔 에델바이스를 보면서 "이곳에 서식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만 할 정도로 마음은 딴 데 가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그 유명하다는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로 가고 싶었던 것이다. 고갯마루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내려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재밌는 풍경이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랬지만 이곳에서도 휴게실에는 엽서는 물론 각종 기념품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휴게실 바깥을 돌아보던 중 고사목을 이용한 조각품과 이곳의 전설을 따라 만든 인형들이 눈길을 끌었는데.. 그중 단연코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쥐가 뜯어놓은 신발을 작품으로 만들어 둔 것이었다. 이들의 문화 속에서 쥐 혹은 생쥐는 너무 친근했던 것일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취향을 한눈에 보여주는 게 생쥐가 뜯어놓은 신발이었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이런 풍경이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또 이런 작품들을 거들떠보기나 할까 싶은 것. 당장 생쥐가 아니라 쥐새끼를 떠올릴 것이다. 그도 그럴게 가난했던 시절 녀석들은 우리들이 먹는 소중한 곡식들을 먹어치워 전국적으로 쥐잡기 운동을 벌였을 정도이다. 



그때가 7080 시대였고 쥐들이 얼마나 설쳐댓는지 쥐약과 쥐틀이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런 사정으로 죄 없는 누렁이가 쥐약이 든 음식을 먹고 죽거나 광기를 보이기도 한 시절이 있었다. 그런 일이 대략 50년이 경과하는 동안 희한한 일이 생기기도 했다. 나라를 야금야금 좀 먹는 정치인을 향해 '인면수심의 쥐새끼'라는 별명을 부여할 정도로 쥐는 우리에게 혐오스러운 설치류였다. 


그런데 톰과 제리의 만화영화에 출연하여 사랑을 받은 똑똑한 제리는 이곳 알삐의 돌로미티에서도 사랑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녀석은 낡은 구두를 뜯어놓고 그곳에 지푸라기 등으로 이불 삼아 살아가고 있었던 것. 생쥐 속 생쥐(Mus (zoologia))는 번식률이 높고 애완동물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생쥐의 하위 종(種)을 보니 무려 40종에 이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 쥐와 생쥐는 생김새도 차이가 났다. 뾰족한 주둥이와 작고 둥근 귀, 몸길이 정도의 비늘 꼬리를 가진 것이다. 쥐잡기 운동에서 만난 기다란 꼬리와 비루먹은 듯한 징그러운 모습과 차이가 있는 것. 그렇지만 선입견 때문인지 공짜로 준다고 해도 싫은 거 있지..ㅜ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생쥐를 얼마나 사랑했으면..ㅋ 여행을 하다 보면 별의별 풍경이 다 눈에 띈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 이어진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PASSO FALZAREGO
Scritto_il 11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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